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Fr. 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9 조회수676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6년 3월 19일 사순 제 3주일 나해

 

 

제 1독서 탈출기 20,1-17

 

제 2독서 코린토 1서 1,22-25

 

복음 요한 2,13-25

 

 

 

꾀 많고 영리한 젊은이가 별안간 열병을 앓다가 그만 귀머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귀 먹은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워서 사람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님께서 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했지만 차도가 있어 지금은 퇴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병문안을 가야 하겠는데 그랬다가는 자신이 귀머거리인 것이 탄로 나겠고 그렇다고 안가자니 찍힐 것 같았지요.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병이 좀 나았다고 했으니 이에 대비해서 귀머거리가 탄로 나지 않게 사장님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묘책을 생각했습니다. 그 묘책은 바로 뻔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지요.

그는 사장님을 만나자마자 “사장님, 병환이 어떠하십니까?”하고 묻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자신이 알고 있는 차도가 있다는 말 대신에 “어제 밤에 또 열이 심하게 나니 아마도 죽으려나 보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젊은이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그저 좀 났다는 말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그거 참 다행입니다.”라고 말해요.

이 말을 듣고 사장님은 화가 났습니다. 그때 또 젊은이는 “약은 무슨 약을 쓰셨습니까?”라고 묻습니다. 화가 난 사장님은 “양잿물을 먹었다 이놈아~”하고 소리치니, 젊은이가 또 하는 말 “네, 그 약 참 좋은 약입니다. 그 병에는 그 약에 최고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젊은이는 자기가 계획했던 대로 착착 진행되는 줄 알고 더욱 신이 나서 “의사는 어떤 분이 보셨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화가 난 사장님은 “염라대왕이 왔다갔다.”하고 화를 냈지요. 그러자 “네 그분 유명하신 분이지요. 염려하지 마십시오.”했다고 하네요.

자신의 귀먹음을 속이려다가 오히려 더 사장님을 화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 젊은이가 솔직하게 자신의 귀가 들리지 않았음을 사람들에게 말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겠지요. 그런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도 이런 모습을 보일 때가 종종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단점과 결점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마음, 그래서 어떻게든 미화하려는 모습들, 그러다보니 계속된 거짓말과 불의 속에서 살고 있을 때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오늘 복음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사랑을 그토록 외치셨던 분께서 손에 채찍을 드시고 사람들에게 휘두르십니다. 또한 돈을 쏟아버리고, 탁자를 엎어 버리시지요. 마치 영화 속의 깡패들의 행동 같습니다. 그만큼 예수님께서 화가 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화를 내시지 않는 그분께서 왜 이토록 화가 나셨을까요?

바로 불의로 가득 찬 사람들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남자들은 누구나 일 년에 한번 성전세를 바쳐야 했는데, 그 돈은 반드시 이스라엘 은화로 바쳐야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의 로마화폐에는 황제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고, 이 화폐를 통해서 우상숭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당시에 쓰고 있었던 로마화폐를 이스라엘 돈으로 바꾸기 위해서 성전 뜰에 환전상들이 줄지어 서 있었던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희생 제물로 바쳐야 할 소, 양, 염소, 비둘기 등을 파는 상인들로 이 성전 뜰이 북적거렸지요. 이는 자신의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희생제물을 바쳐야 했는데, 다른 곳에서 가져 온 희생제물은 깨끗하지 않다고 하면서 불합격 판정을 내림으로써 사람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제물을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하느님의 집이라는 성전을 거짓과 불의가 가득한 곳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낫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우리들의 마음을 주님께서 보신다면 어떠실까요? 혹시 이 마음 역시 없어지는 편이 낫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을까요? 따라서 주님께서 불의와 거짓을 둘러 엎으셨듯이 우리 역시 내 안을 깨끗이 정화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더욱 더 기쁜 부활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짓과 불의의 마음을 내 안에서 쫓아내도록 합시다.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이해인)


 

 

주님,
제가 좀더 사랑하지 못하였기에
십자가 앞에서 사랑을 새롭히는
사순절이 되면
닦아야 할 유리창이 많은 듯 제 마음도
조금씩 바빠집니다.

제 삶의 일과표엔 언제나 당신을 첫자리에 두고서도
실제로는 당신을 첫자리에 모시지 못했음을 용서하소서.

"올해에도 우선 작은 일부터 사랑으로"
이렇게 적혀 있는 마음의 수첩에
당신의 승인을 받고 싶습니다. 주님,

성당 입구에서 성수를 찍거나 문을 열고 닫거나
화분에 물을 주는 것과 같은
저의 조그만 행위를 통해서도
당신을 끊임없이 찬미받으소서.

식사하거나 이야기하거나
그릇을 닦거나 걸레를 빠는 것과 같은
일상의 행위를 통해서도
당신을 변함없이 사랑하게 하소서.

주님,
제가 좀더 침묵하지 못하였기에
십자가 앞에서 침묵을 배우는 사순절이 되면
많은 말로 저지른 저의 잘못이
산처럼 큰 부끄러움으로 앞을 가립니다.

매일 잠깐씩이라도 성체 앞에 끓어앉아
말이 있기 전의 침묵을 묵상하게 하소서.
제가 다는 헤아리지 못하는 당신의 고통과 수난...
죽음보다 강한 그 극진한 사랑법을 침묵하는 성체 앞에서
침묵으로 알아듣게 하소서.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익히는 사순절이 되면
잔뜩 숙제가 밀려 있는 어린이처럼
제 마음도 조금씩 바빠집니다.
성서와 성인전을 머리맡에 두고
거룩함에 대한 열망을 새롭히는 계절.

제가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던
가까운 이웃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세상 곳곳에서 기도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이웃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한번도 제대로 기도를 못한 것 같은
절망적인 느낌 속에서도 주님,
기도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믿음과 인내를 주소서.
제 안에 사제로 살아 계신 당신이
저와 함께 기도해 주심을 믿겠습니다.

그리하여 주님,
제가 먼 광야로 떠나지 않고서도
매일의 삶 속에 당신과 하나 되는
즐거운 사순절이 되게 하소서.



Brian Crain - Song For Si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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