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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큰아들인가? 작은아들인가?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9 조회수639 추천수5 반대(0) 신고

 

나해 사순 2주간 토 루가 15, 1-3.11-32-큰아들인가? 작은 아들인가?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한 ‘돌아온 탕자’의 비유입니다.

복음의 주제는 회개입니다만, 그 회개의 이면에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알려줍니다. 곧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그 사랑에 우리가 어떻게 응해야 완전한 사랑이 되는지를 알려줍니다.


이 비유에는 중요한 세 사람이 등장합니다.

아버지를 중심으로 해서, 한쪽에는 몸이 떠난 둘째 아들이 있고, 반대편에는 마음이 떠난 큰아들이 있습니다.


둘째 아들의 욕심 앞에서 아버지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돈과 재물만 있다면 문제없이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아버지와 가정을 떠나 마음대로 살지만, 결국에 가서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알거지가 된 다음에야 후회하게 됩니다.


이런 둘째 아들의 반대편에는 큰아들이 있습니다.

“저는 여러 해를 두고 당신을 위해 종처럼 살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명령을 한번도 어긴 적이 없습니다.” 큰아들의 몸은 비록 아버지를 떠나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아버지를 떠난 지 오래입니다.


아버지는 그를 사랑스런 아들로 대하지만, 큰아들은 아버지를 주인으로 생각하고, 하인과 같은 의무감으로만 아버지를 대했습니다. 큰아들에겐 한 가족이라는 사랑이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도 동생도 용서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큰아들은 끝까지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 산다는 것이 우리들에겐 부자유스럽고 부담으로 다가 올 수 있습니다.

“주일미사 빠지면 안 된다, 빠지면 고백성사 봐야한다, 뭐 하면 안 된다.” 등등 이런 규정들이 우리의 자유로운 삶을 억압한다고 느끼면서 둘째 아들처럼 우리도 아버지를 떠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떠나, 세상의 재물과 쾌락을 탐하며, 또 다른 둘째아들이 되기도 합니다.


아니면, 그 반대로 큰아들처럼 모든 규정들을 지키고, 의무들을 지켜나가지만, 하느님을 자비로운 아버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엄격한 주인처럼 생각하면서, 의무감에만 사로잡혀서 신앙생활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충실한 신앙생활을 해 오고 있다’라는 환상 속에서, 그런 규정들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이 없는 메마른 마음으로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복음의 참된 의미는 이것입니다.

우리가 큰아들의 모습을 보이던, 둘째 아들의 모습을 보이던 우리 삶 한가운데는 늘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모습으로 우리의 회개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를 떠나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돈도, 친구도, 인간이란 존엄성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잃어버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하느님께서 나에 대한 그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은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사 때 받아 모시는 성체는 새로운 생명을 주는, 죄에서 구원해 주는 영혼의 양식입니다. 그래서 영성체를 위해 제대 앞으로 나오는 행렬은 바로 아버지의 품으로 되돌아오는 발걸음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처지에 있다하더라도 언제나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비록, 큰 아들의 모습으로이라 하더라도, 아버지를 떠난 둘째 아들의 모습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그 자리를 떠나 아버지 집으로 발길을 돌리기만 한다면, 집밖에 서서 들어가기를 머뭇거리지만 않는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끌어안고 반갑게 맞이해 줄 것입니다. 그 어떤 것도 물어보지 않고, 그저 기뻐하고 즐거워하실 뿐입니다.

우리의 회개를 우리가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그 자신만이 내가 큰아들인지, 작은 아들인지를 결정하게 합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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