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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9 조회수522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6.3.19 사순 제3주일

탈출20,1-17 1코린1,22-25 요한2,13-25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

 

저는 요즘 아침미사 중
창밖을 흘끔 흘끔 보는 적이 자주 있습니다.

 

동녘이 밝아오면서
어둠 속에 잠겨있던 하늘과 나무의 윤곽이 점차 선명해지는 모습이
참 신비롭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마치 아침마다 빛으로 부활하신 주님이
미사와 더불어 오시는 느낌이라 마음 가득 기쁨이 넘칩니다.

 

이래서 예로부터
수도승들은 동터오는 새벽의 기도와 미사를 사랑했습니다.
생명과 빛으로 부활하신 주님과 하루를 시작하는 기쁨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참 아름답고 고요하고 거룩한 여기 요셉 수도원의 성전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도자의 찬미, 감사의 시편기도와 매일미사가
이 성전을 정화하여 거룩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 요셉 수도원 성당의 자랑은
1987년 3,19일 수도원이 개원한 이후,
지금까지 만 19년 동안 매일 매일 24시간,
기도하는 모든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늘 열려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 이런 성전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영혼의 쉼터와도 같은 이 성전을 찾아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주님으로부터 위로와 평화, 희망을 받아갔는지 모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
부활하신 그리스도 계시기에 살아있는, 은총 가득한 거룩한 성전입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오늘 복음의 주님의 말씀이 그대로 실현되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인 이 성전에서
주님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은 단순하고 고요해야 합니다.
세상을 정화하고 성화해야 할,
아버지의 집이자 기도의 집이고 영혼의 쉼터인 성전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영혼의 안식처와도 같은 거룩한 성전이
세속화되어 시끄럽고 복잡해지는 것만큼 큰 불행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성전의 중심에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만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 사순 3주일 미사, 참 뜻이 깊습니다.
새로 정성껏 마련한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모시고 미사를 봉헌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마음 성전의 중심에도 이 십자가의 그리스도 꼭 모시기 바랍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 오늘 강론의 주제입니다.

 

바오로의 고백이 참 감동스럽고 심오하며,
오늘을 사는 우리의 영성과도 그대로 직결됩니다.

 

“유대인들은 기적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으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대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렇지만 부르심을 받은 우리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사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성호경의 기도를 바칠 때나 강복할 때
십자 성호를 긋는 것이 얼마나 은혜로운지요!

 

아마 제가 18년 동안 여기 살면서 산책할 때마다
수도원 곳곳에 얼마나 많은 십자성호를 그었는지 모릅니다.

 

하느님의 힘으로 하느님의 지혜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아마 세상에서의 영적 전쟁의 승리를 위해
십자가의 그리스도보다 더 좋은 무기도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평생화두, 구원의 열쇠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뿐입니다.

눈에 보이는 이 성전을 정화하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성전인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그래서 매일 성전에서 성체성사가 거행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성사, 미사가 없으면
이 성전도 빈 껍질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 역시 거룩한 성전입니다.
매일 미사를 통해 주님을 모시니
우리의 몸, 또 하나의 거룩한 성체요 성전입니다.

 

매일 성체성사가 이 성전을 정화하여 거룩하게 만들고,
우리의 몸과 마음의 성전도 정화하여 거룩하게 만듭니다.

 

이 마음 성전의 한 복판에 십자가의 그리스도 계십니다.
하늘과 땅의 수직과 나와 너의 수평이 만나는 지점,
십자가의 중심에 중재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나와 함께 계십니다.

 

여기서 새삼 깨닫게 되는 진리는
십자가의 원리는 바로 관계의 원리라는 것입니다.

 

오늘 하느님이 모세에게 주신 십계명,
우리가 지켜야 할 계명으로 우리 배경의 십자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위로 하느님과의 관계라는 수직적 계명들과
옆으로 사람과의 관계라는 수평적 계명들이 이루는 십자가입니다.

 

요약하여 전심전력을 다해 위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옆으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때

비로소 온전한 내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세워진다는 것입니다.

 

과연 내 마음 성전 안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온전하게 세워져있는지요?

이 성전 제대 뒷면의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볼 때마다
내 마음 성전 안에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제대로 서있는지 늘 점검해봐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으신 주님은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이 성전과 내 몸과 마음의 성전을 깨끗하고 거룩하게 해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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