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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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의 일기]* 당신의 간섭이 필요합니다 ......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20 조회수671 추천수8 반대(0) 신고

 

 

  주님,

다스릴 길 없어 터뜨리고 싶던 꿈들이었습니다.

깊숙이 여며 키우기 위해,

그토록 가슴을 문질러대던 그 소망들이

흩어지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욕망때문에

체념의 사고를 둘러쓰고 앉아,

당신의 새로운 부르심에 귀기울이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는 주님,

오늘 제게는 

저 어린이들 처럼

기다려야 할 내일이 없습니다.

 

때묻은 영혼으로 하늘 우러르면

어리던 가슴이 마냥 그리워 집니다.

 

그래도 늘 당신의 축복이 지키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며

흩어진 제 소망을 모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어린이들의 마음과 숨결을 통해 전해지는

당신의 체온이..

오늘따라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어린이 미사 시간이 제게는 너무 보배로워

거기에 쏟는 정열이

영혼의 막바지 질주로 헐떡이고 있습니다.

 

미사가 시작되자,

3 학년의 한 어린이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습니다.

 

봉헌 예절이 시작되자 그 어린이는

왼손을 움켜쥐고

오른손으로 연신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랑스레 백원짜리 동전을 바치고 들어갑니다.

 

그 어린이의 모습은

성가 가사대로..

봉헌금을 바치기 위해 사먹고 싶은 것을 참아내어

자랑스러운 모양입니다.

 

그런데 한 어린이가

이리저리 떠밀려 제대앞까지 와서는

헌금 바구니를 손으로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복사들이 저지하자

5 백원 짜리이니 4 백원은 거슬러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복사와 입씨름, 몸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당당히 거스르겠다는 그 어린이의 용기는

당신이 주셨으리라 생각하며

4 백원을 거슬러 주었습니다.

 

육신의 정신과

봉헌하는 마음의 갈등 앞에서 택한 결단은

대단했습니다.

 

주님,

비록 과부의 헌금처럼 전부를 바친 것은 아니지만

5 분의 1 입니다.

 

저도 당신 앞에 당당하지 못해서 

이리 피로가 겹쳤다고 생각하며

하루종일 이 삶의 피로를 말끔히 씻었습니다.

 

어린이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

때묻은 마음은 비껴가고

그 기도에 동화됩니다.

 

주님,

고집과 자만이 마목처럼 굳어진 한 어린이의 아버지에게

당신의 간섭이 필요합니다!

 

어린이들이 돌아간 후,

한 여자 어린이가 텅 빈 성당에서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다가가 어깨를 어루만졌더니

와락 매어달리며

목매임에 진정시킬 수 없는 흐느낌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어버이 날에

아빠를 기쁘게 해드린 후,

 

아빠의 손을 잡고 성당에 다니고 싶다고 했더니

그 손을 뿌리치며

"너는 부처님께 빌어서 태어났으니 이제는 성당에 다니지 말라!"

호통을 치더라는 것입니다.

 

이제 어쩌면 좋으냐 하면서,

성모님께서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신부님, 예수님은 제 기도를 들어주시겠지요?" 라는

그 흐느낌은

당신을 사랑하다가 지쳐가는 가냘픈 보챔입니다.

아니, 몸부림.. 매달림이었습니다.

 

마르지 않는 샘물로써

갈증을 느끼는 영혼들을 축여 주시곤 하는 당신은

마음 여위고.. 주름진..

그 어린이의 아버지를 불러주셔야 하겠습니다.

 

주님,

사제의 행로에서 숨을 가다듬노라면

어린이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그늘진 자락을 움켜쥔 한숨소리가..

크게 교차되고 있습니다.

 

그저

증오와 불신의 틈바구니에서 자라나

당신의 사랑이 넘치는 곳, 그 어디에도 기울일 수 없는

가난한 영혼에게는...

당신이 어루만져 주시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간섭이 필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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