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외수님의 그림
이름 석자 없는 나무 한그루도
많은 것을 남기고 죽어 갑니다.
꼬마가 보는 책 한권도
꼬마가 쓰는 몽당 연필도
엄마가 쓰는 도마도
아빠가 쓰는 책상도
그리고
내가 애인과 소근소근 얘기할 때
꼭 닫는 내 방문도
다 나무가 남기고 간 겁니다.
이름 석자 있는 사람은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채 죽어 갑니다.
하지만
어지러워하는 사람에게 피를 나눠 주고
앞 못보는 사람에게 눈을 남기고 가는 사람은
또 다른 사람안에서 영원히 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생각없이 나눠준 동전 하나도
가난한 사람 안에서 영원히 쓰여지는 겁니다.
이름 석자 있는 사람도
나무처럼 많은 것을 남기고
죽어갑니다.
- 홍문택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