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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의 일기] * 운명의 채찍 . . . . . . . . . .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21 조회수669 추천수6 반대(0) 신고

    도회의 한복판에서 목젖이 부어오르도록 외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저 운명의 채찍을 어이할 것인가?" 라고.

 

필경 필자가 말하는 것은 수술달린 손잡이에

척척 휘어감길 듯한 가죽 채찍을 말함이 아니며

권위에 찬 눈초리에 설설기어야만 하는

그 눈총의 채찍을 말함도 아니다.

 

늘 가슴에 울려오는 소리의 채찍,

우리 존재의 신비안에 영원과 맞대어 대답하는

그 운명의 채찍을 말하려는 것이다.

 

은폐된 이 채찍을

지혜롭게 맞는 방법이 표출되지 않고는

우리의 삶은 비극으로 매듭지어질 것이다.

 

그것은  그 옛날,

두 종아리를 시퍼렇게 멍들게 했던

아버지의 회초리가 아니며..

 

곡마단에서 원숭이의 몸 전체에 줄을 그어 놓던 그것도 아니며

자백 받는 나으리의 손에 쥔 벌겋게 물든 그런 채찍은

더구나 아니다.

 

그것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사랑해야 할

님의 가슴과 같은 것이며,

양심에 박힌 가시같은 것이고,

회심을 구하는 어머니의 눈물같은 것이다.

 

이런 것이 운명의 채찍으로 맞아야 되는 채찍인데

우리는

이 채찍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아름다움을 심상(心狀) 근저에서 캐어내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외모와 물질을 우선으로 하여 내세우고..

 

고귀한 사랑의 요소는

관능적인 향락에 뿌리를 박고 있으니..

 

사변(思辨: 생각하고 분별함)을 벗긴 본능의 삶이

사랑의 가치관을 짓밟고 있다고 해서

과장된 표현은 아니지 않는가?

 

이런 사랑으로

내게 사랑을 고백해 오는 이가 있다면

수백년 되뇌이는

거절과 이별의 말을 재산처럼 남기며 사라지는

현명한 사람이 될 것이다.

 

시대의 요청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 운명의 채찍을 외면하고

하늘이 푸르게 보이지 않는다고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는 사람들에겐

시대의 요청이 비극일 수밖에 없다.

 

저 오만한 물질의 밤 아래 짓밟혀

가쁜 호흡으로 흐느낄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누가 사랑에 거절되어 고독한가?"

"나는 아니다."

"고로 나와는 아무 관계 없는 일이다."

 

라고 말하는 이에게는 심장의 울림이 있을까?

아니 차라리 외롭게 죽어간 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이미 멎은 심장의 울림을 기다리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차라리 산적의 애꾸눈이라도 좋으니

한 눈이라도 감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운명의 채찍을 맞으며

물질과 향락의 문을 부수고 나오라고

소리치고 싶다.

 

운명의 채찍,

바로 양심의 채찍을 맞으라고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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