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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의 일기] * 봉숭아 물 . . . . . . . . . . .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21 조회수685 추천수6 반대(0) 신고

 

 

  싸리나무 울타리 옆 봉숭아 꽃이 빨갛게 물들 때면..

 

납작한 돌을 깨끗이 씻어

그 위에 봉숭아 꽃과

그 잎파리를 놓고

백반을 넣어 짓찌어

새끼 손가락에 찬찬히 동여매어 주던

어머니의 미소가 떠오른다.

 

사랑과 침묵의 언어로 가득찬

어머니와 아들의 행동이

따스한 초가을 볕에서 무르익었다.

 

어느 모임에서 

매달 한 가지 숙제를 주고

숙제를 실천하도록 한 적이 있었다.

 

숙제를 하던 중,

문득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을 생각하고

이달만은

새끼 손가락에 메니큐어 대신

빨간 봉숭아 물을 들이자고 했다.

 

물론 나도

매달 숙제를 해 왔으니

봉숭아 물을 들여야만 했는데...

 

매일 영성체를 해주는 손에

무슨 재주로 봉숭아 물을 들일까?

 

그러나 하느님의 지혜는 어찌 그리 묘하신지..

난 손가락 대신에

발가락에 봉숭아 물을 들여

숙제를 훌륭히 해냈다.

 

한 달이 지나고 숙제 검사를 하던 날,

자신들과 자녀들의 손톱에

어머니들의 흐뭇한 전경이 방 안을 감돌고 있었다.

 

내적 생명의 무한한 사랑,

봉숭아 물을 들인 그 자체만으로 만족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가슴을 모두 쏟아부어

세상을 빚어내는 그 사랑의 빛갈..

 

결코 지워짐이 없고  닳아 없어져야 사라지는

사랑의 봉숭아 물이

점점 어머니와 어린아이들 손가락에서

헌신적 사랑의 얘기로 오고 간다.

 

이 빨간 물을 손톱에 들이는 작은 행동이

인류를 부추기어

하느님의 사랑을 심어 주리라.

 

성체를 받아 뫼시는

빨간 손톱들이

 

하느님의 사랑에 의해

더욱 짙게짙게 번지기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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