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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의 일기] * 스스로 시들어간 꽃 . . . . . .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22 조회수929 추천수14 반대(0) 신고

                             * 김동원님의 글에서 빌린 사진

 

 

  인간의 몸은 아름답다.

빛나는 눈과 입가의 미소는

영혼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몸을 둘 곳 몰라 허덕이는

나환자촌을  방문하였다.

 

어느 환자 부부를 만나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데

주춤거리고 있었다.

 

그분들에게는 손가락이 없었음을

후에 알았지만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충혈된 눈은

사람들의 빈 자리를 찾아 고정시키고 있다.

 

혼신의 힘을 쏟아

자녀들을 공부시키는 낙으로

문들어진 얼굴을 메꾸어 왔다는 지난 일들을...

 

울먹이면서 말씀하시는 그분들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과 놀다가

지나가는 엄마를 보고 외면하던 첫째 아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였단다.

 

물론 하숙집 한 번 찾아가 볼 수 없는 실정.

 

그런데 어느 날,

읍내 시장에 물건을 사러갔을 때

그 녀석이 '엄마'하고 부르더라는 것이다.

 

반가움에 손을 잡으려다...

그 녀석이 나환자의 아들임이 탄로날까봐

도망치듯 돌아서며

 

"하느님,

내 아들이 여러사람 앞에서 이 에미를 보고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하고 감사기도를 올렸다는 것이다.

 

미감아인 자녀들이 성장할 때마다

사랑의 불길을 태우며

또 한편으로 세월의 흐름이 멈추어지길 기다린 적도 있단다.

 

결혼 적령기에 도달한 그 아들은

결국 고아의 신분으로 결혼할 수 있었으나

결혼식 장에는 갈 수 없었다.

 

머느리의 얼굴도 볼 수 없는 결혼식,

그 시간에..

안방에서 혼인을 무사히 치루게 해 주신 성모님께

묵주의 기도를 드렸단다.

 

고통의 삶이 하나하나 지워지고

아프게 극복한

그 짐이 벗겨진 후..

 

지금은

슬프다가 지쳐버린 떨림처럼

한 없이 떨고 있는 노부부의 사랑이 작은 꽃이라면

 

스스로 시들어가는 모습만을

하느님께 봉헌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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