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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아름다운 만남 / 전원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22 조회수958 추천수17 반대(0) 신고


오늘 오후 ‘길잡이’에 다음 달 신앙체험 나누기를 써준 자매님과 그의 아들이 찾아왔습니다.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아들과 숱하게 마음고생을 했을 그 어머니와의 우연한 만남은 저에게 기쁜 하루를 선물했습니다.

첫 대면 때부터 그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은 마치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청아한 하늘처럼 너무나 해맑아 보였습니다. 길잡이의 짧은 지면으로 못다한 그 고통의 순간들을 그들로부터 들으면서, 그 어머니가 겪어야 했던 고통의 시간들은 마치 폭풍우치는 광야에서 하느님의 응답을 찾아 헤맸던 가련한 구도자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들이 교통사고 후 100일동안 의식 불명의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을 때 그 어머니는 시편을 들려주고 기도와 성가를 부르며 아들이 다시 살아 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 아들은 결국 100일 만에 깨어났습니다. 그러나 예전의 아들이 아니라, 가망이 없다던 아들을 위해 몸부림치던 어머니의 기도와 믿음으로 빚어진 새로운 생명의 아들로 깨어났습니다.

“신부님 이제 저에게 중요한 것은 공부를 하고 그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우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하느님만을 위해서 살고 싶습니다.”

그 아들의 대답입니다.

24살의 젊은 청년은 우리가 평생을 묻고 매달리던 그 인생의 깊은 비밀을 한 순간에 이미 알아버린 듯 했습니다. 현세보다 더 깊고 중요한 삶의 가치를, 베일 속에 가려진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절대의 세계를, 인생의 먹장구름 너머 언뜻 비치는 그 무한한 빛의 세계를, 깊은 고통의 순간을 거치며 그는 이미 그 세계를 힐끗 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겪어야 했던 고통의 순간은 이미 은총으로 승화되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교통사고를 내어 자신을 다치게 한 친구도, 이로 인해 자신이 감내해야 할 신체적 장애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맑은 영혼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들 모자(母子)에게는 어떤 원망의 빛도 어둠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생명에 대한 사랑과 그들을 도와 준 의사와 주변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길어야 칠팔십의 짧은 생애를 마치 이것이 전부인양 살아가는 우리들, 오늘 한 청년과 그 어머니와의 짧은 만남은 저에게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저 너머 비밀의 세상을 힐끗 본 사람... 그 사람은 세상에서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가장 행복하고 복된 사람이라고...

 

                              <2003년 3월 경에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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