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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얀 고무신의 슬픈 추억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22 조회수809 추천수8 반대(0) 신고

사순 3주간 수 마태오 5, 17-19- 하얀 고무신의 슬픈 추억

 

우리에게는 많은 규범과 질서, 계명들이 있습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도...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도 교회가 가르치는 계명과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계명을 지켜야 합니까?

범칙금을 물거나,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지킵니까?

주일미사에 빠지면, 고해 성사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주일 미사에 빠지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삶의 여유와 중심을 세워주기 때문에 그렇습니까?


어렸을 때, 저는 많은 말썽을 피워 부모님의 속을 상하게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어렸을 적의 행동과 잘못들을 되돌아보며 ‘아 그 때, 내가 왜 그랬을까?’ 라며 후회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마음을 힘들게 하였다는 생각에 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7세쯤에 부모님의 돈에 손을 댔습니다.

그때는 그런 행동이 잘못이라는 의식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100원 200원, 1000원 권까지 손을 댈 정도로 대범해졌고, 대범해 짐에 따라 저의 범죄가 발각되었습니다.


도둑질을 한 저의 잘못이 발각된 후 저는 어떻게 된 것 같습니까?

하얀 고무신으로 하루 종일 맞았습니다.

지금도 하얀 고무신을 보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때, 매를 맞으면서 ‘아 부모님의 돈을 맘대로 써버리면 안 되는구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한동안 아무 일 없이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2학 년 쯤에 다시금 부모님의 돈에 손을 댔습니다.

꼭 필요해서 훔쳤다기보다는 그저, 먹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서입니다.


이번에는 더욱 많이 맞았습니다.

‘이놈, 가만히 두면, 커서 도둑놈이 되겠다면...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큰일이 나겠다며...’ 저의 잘못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주어졌습니다.

그 후론 도둑질을 하지 않았지만, 다른 행동으로 계속 부모님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적에 많은 잘못, 실수들을 하면서도 한번도 나의 행동이 얼마나 부모님을 힘들게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생각해질 못했습니다.

그저 매 맞지 않기 위해서... 잘못을 하지 않으려했고, 도둑질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다가, 군대에 갔을 때 저의 잘못들이... 하면 안 된다는 규범을 거스른 저의 행동들이 얼마나 큰 잘못이었는지... 얼마나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잘못하면 다시금 하얀 고무신으로 하루 종일 매 맞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부모님의 심기를 덜 불편하게 하기 위해서... 덜 죄송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잘못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규칙과 계명들을 충실히 지키려 했습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법의 준수에 대해, 계명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법의 준수여부에 의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고, 무엇보다도 구원의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은연중에 법을 잘 지키며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법을 어기며 그릇되게 살면, 벌을 받는 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켜야할 법을 무엇입니까?


두말할 것 없이 우리가 지켜야할 계명은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사랑의 계명입니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는 것이 바로 신앙인인 우리가 예수님께 받은 계명의 모든 것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계명을 이해하고 지키려 한다면, 그런 준수의 마음에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매를 맞지 않기 위해서나, 고해성사를 보기 싫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이 있기 때문에 지키는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하느님과 이웃의 마음을 덜 아프게 하기 위해서.. 그럼으로써, 자신도 많은 것을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덜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계명들을 이해하고 지키려 노력한다면, 바로 구원의 길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습니다.

계명의 준수는 단순히 벌을 받기 않기 위해서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하느님께 ‘저 잘했죠?’ 라는 칭찬을 듣기 위해서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마음으로 법을 바라보고 이해한다면, 계명의 준수가 삶의 여유와 보람을 줄 수 있을 지언 정, 결코 우리는 구원으로 이끌지 못합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큰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벌과 상의 차원을 넘어,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려 하느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 법을 지키려 할 때, 하느님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라, 하느님께 덜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계명을 준수하려 한다면, 계명 준수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왜 우리에게 계명을 주었는지를... 계명을 통하여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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