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내적 열기를 식혀 주어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23 조회수855 추천수10 반대(0) 신고

2)열병환자를 치유하라 (치유이야기에서)

 

회당에서 악령들린 사람들을 치유하신 직후에 예수께서는 베드로의 집에 오셔서 열병에 걸려 있는 베드로의 장모를 치유해 주신다. 열은 감염되었다는 표시이다. 우리의 신체는 침입한 적군에 저항하고 열을 통해서 적군의 해로운 힘을 없애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열 자체로 인해 녹초가 되곤 한다. 열은 쇠약해지게 하고 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의 장모의 손을 일으키신다. 그분의 손은 그녀를 열병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다.

 

예수께서 어떤 사람에게 당신 손을 얹으시면, 그 사람의 내면에 들어 있는 적군은 더 이상 힘을 갖지 못한다. 그러면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이 서로 화해하고, 다시 그 사람과 싸우던 편 사이에 평화가 생겨나고, 내적 갈등은 잠잠해진다.

 

우리가 이 짧은 장면에서 사목직의 모습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자기 안으로 침입한 원수의 힘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고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는 사람들이 흔히 우리에게 온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내적 갈등에서 벗어나는 길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들은 마음이 뒤숭숭하고 다투는 기분을 느낀다. 자기 자신과 대항해서 싸우는 바람과 욕구에 반대되는 것이, 즉 생각에 반대되는 것이 그들의 내면에서 마찰열을 일으킨다.

 

그들이 내적 원수들을 물리치고 다시 자신의 삶을 힘차게 형성하여 일상생활에서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을 계속 돌볼 수 있기 위해서는 내적 평화가 필요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내면을 다시 평화롭게 하는 손이 자기들 위에 얹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미사에 오고 면담에 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내적 열기를 다시 식힐 수 있는 분위기, 즉 받아들여진 체험이 모든 내적인 반대들을 능가하여 진정시키는 분위기를 찾는다.

 

                            <사람을 살려라/ 안셀름 그륀>

 

 

저를 주님의 사랑으로 받아 주신 분들로 인해 내적 열기를 식히고 일상에서 제게 요구되는 것을 돌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저를 일터로 가정으로 파견하시는 주님의 일꾼이 되어야 할텐데...제게 스치는 분들의 열기를 식혀줄 차례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엊그제의 일입니다. 가족과 떨어져 지방에서 근무하고 계신 학부모이신 아빠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저희 원에 보내고 있는 자녀의 수업료 영수증을 근무처에 등기로 우송해 달라는 부탁이셨습니다. 

 

지난해에도 그렇게 해드린 적이 있는지라 저는 순간 멈칫 했습니다. 좀 무리한 부탁을 하시는 것 같아 기분이 떨떠름 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아버님 이번에는 저희가 부쳐 드리겠지만 다음에는 가족이 하셨으면 좋겠는데요." "뭐 유치원에서 그런 정도는 해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집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지 않습니다. 동생도 어리구요." 속에서 약간 올라 오는 것 같았지만 참으면서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동생은 엄마 손잡고 걸어 다닐만 한 4, 5세 정도인 것으로 기억하는지라, 그것도 우체국이 횡단보도를 건너서 200미터 정도면 되는지라, 저를 한동안 생각하게 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했던지라, 학교에는 없는 풍경이구나 하면서 유치원은 초등학교에 준하는 교육기관이면서도 "교육 서비스업" 으로 취급 받는 현실을 인정했습니다. 다음으로 신앙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무직원에게 등기로 우송해 주라고 하였으나,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서 이미 영수증을 발급한 것을 확인하고 그 어머니께서 스스로 당신이 다른 영수증과 함께 우송하려고 하고 있는데 아직 안 부쳤으니 자기가 곧 부치겠다며 그냥 두라고 하여 부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 아버님의 전화를 통해서 들려온 이야기와 분위기로 그분의 마음이 편하시지 않다는 것이 느껴졌는데, 이런 일로 또 스트레스를 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아직 부치지 않았으면 유치원에서 부치겠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짐작대로 아직 부치지 않고 있다며 자기 남편이 유치원에 그런 것들을 부쳐달라고 하는 것은 유치원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니, 그런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라고 하셨습니다.

 

 "전화를 드리기를 잘 했다. 그 아버님이 이런 일로 유치원과 아내가 서로 미루는 상황을 알게 되면 얼마나 또 마음이 언짢아지실까?' 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이번에는 그 어머니께 부탁을 해야했습니다.

 

남편이 이번에 올라 오면 그런 일에 대해 확실하게 해주어야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오랫만에 서로 만나시는데 이 이야기는 화제로 삼지 마시라고 했더니, "우리는 만나면 반은 싸워요."

 

아직 결혼 생활의 연륜이 짧아서 나오는 이야기로 이해를 하면서 먼 훗날에 그 아버님과 어머님이 자신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조명해 보실 기회가 있기를 마음으로 빌었습니다.

 

그리고 신앙인이라는 입장은 생각이 아직 미치지 못하시는 분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면서 오히려 열을 식히도록 권고해 주고 받아주어야 하지 않나? 그리고 기다려줘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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