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제의 일기]*새롭게 들리는 환희의 선율 ...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28 조회수738 추천수9 반대(0) 신고

 

 

   이제는 가슴안에 남긴 대림초에 마지막 촛불을 밝힐 때이다.

 

마음 깊숙히 영겨 있는 신비 속에

늘 새롭게 탄생하는 성탄절을 맞이하기 위해서이다.

 

영원의 옥좌를 체념하고 태어나신 주님이

지상에서 그 옛날 구원의 증표였던

죽음의 쓴 잔에 생명을 부어 나누시고자 새롭게 탄생하시는 것이다.

 

이 탄생의 의미는

사랑의 완성을 위한 자신의 봉헌에 토대를 둔 것이기에

우선 가난을 선택한 자유로운 희생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이..

의지의 의식적인 선택임을,

그것도 아픔이 담긴 헌신의 희생이 서리어 있음을,

이 성탄절에 되음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큰 바람이 있다.

무척이나 추운 하늘을 향해

여윈 두 손을 쳐들고 외롭고 주린 목소리로

밤의 어둠을 향해 속삭이는 기도가..

온통 축제의 환호소리에 휩싸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진정 이 호화로운 축제의 주인공이신 아기 예수님의 발자취가

그렇게 험한 길임을 알면서도..

또 그 길을 새롭게 걷기를

가슴에 새기면서 맞아들려야 할 성탄절임에도

예수님을 영접하려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길에서

큰 아픔을 본다.

 

그분의 탄생을

실속없는 표면적 호화로움으로 매워놓고

축제와 환호소리에 머물 때

참으로 슬퍼지는 것이다.

 

아기 예수님의 품이 작고 초라해서

온 인류를 품고도 남을 큰 가슴이 되었음을 알기에,

크고 호화로운 가슴으로 장식하여

숱한 이가 이 가슴의 품에 안기지 못함을 아파한다.

 

낮고 비천해 지셔서 온가슴을 설레일 만큼

높으신 분이 되신 뜻을 새기지 않고,

높고 영화롭게 꾸며

옆에 물러 앉혀지신 아기 예수님을 어찌 경배드릴 수 있을까?

 

어느 성탄절 전야에

휠체어로 몸을 이끌고 찬바람에 몸을 웅크리며

사제관을 노크하던 청년이 생각난다.

 

물보라같은 삶의 비밀이 숱하게 간직된 청년이다.

외롭고 가난하여 자신의 삶을 위해서도 쓰러질 듯한 그가

왼손엔 껌통을,

오른손은 피땀에 절은 돈 몇 천 원을 내밀었다.

 

"신부님,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성탄 선물입니다."

그리고 고개를 반쯤 숙이고 돌아가는

그의 앞길을 밝히기 위해..

나는 내 가슴 한 구석을 태울 심지를 마련해야 했다.

 

휘황찬란한 불빛과 호려한 색깔로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

이곳저곳에서 울려퍼지는 성가소리,

정녕 호화로운 축제가

허공에 천상의 아기 예수님을 그리고 있었음을...

 

그러나 이제 당신의 축제일에

묵묵히 시선을 떨구고 고뇌에 찬 모습으로

우리 주위를 맴돌다가 돌아가실 예수님을 생각하게 됐다.

 

격렬한 한줄기 관능과 욕구에 질책을 가하는 법도 없이 되돌아 서실

주님의 발걸음에서

뜨겁게 불타오르는 절규의 자국이 있음을 알며,

 

망상과 허상으로 환호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으로 허우적 거리는 사람을 쓰다듬어 주는

은은한 기쁨이 채워지기를 바라고 싶다.

 

고요한 밤,

아기 예수님의 뜻이 나를 인도하리라.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신음을.. 나를 통해 들으시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올해 성탄절엔

희미한 불빛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한 늙은 환자의 삶,

그 굴레를 지키며 그 입술에 기쁜 미소가 감돌도록

성탄의 의미를 얘기하고 실천하리라.

 

가장 가난하고 비천하여 길을 잃은 당신 옆에서

주님은 호화로운 거리를 걸으시느라 지친 발길을 쉬신다는 말을 전하며

그에게 구원의 빛이 비침을 노래할 것이다.

 

이땐,

나 또한 밤의 고요함 속에서 아름다움과 환희의 선율이,

굶주린 한 영혼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을 알리는 소리를 듣게 되리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