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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금(純金)같은 그대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03 조회수981 추천수11 반대(0) 신고
4월 3일 사순 제5주간 월요일-요한 18장 1-11절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순금(純金)같은 그대>


사목 차 남쪽 지방에 들렀다가, 내친 김에 꽃구경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세계로 훨훨 날아가고 싶은 나무의 간절함이 올해도 저리 무수한 꽃들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갠 투명한 하늘아래 펼쳐지던 ‘꽃 터널’을 지나니 마음 저 밑바닥까지 환해졌습니다.


꽃길을 지나면서 펼쳐든 시집(詩集) 역시 꽃봉오리 같은 희망만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달이 뜬다

해가 지기 전에 뜬다

나는 어둠이 보고 싶어

내 어두움도 보일 것 같아서

부두에 앉아 있는데

달이 활짝 뜬다

(...)

나는 캄캄한 나를

어떻게든 더 견뎌보기로 한다

(김두안, ‘입가에 물집처럼’)


과장된 수사(修辭)나 현란한 말재간이 아니라 거미가 온 몸으로 집을 짓듯 그렇게 시를 낳는 시인(詩人)들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세상의 말들이 제 가치를 잃어가는 시대, 시인들께서는 언어가 어떠해야하는가를 일깨워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절망의 세상 한 가운데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일, 혼탁한 세상을 지나가면서도 섬세함과 순수함을 잃지 않는 일이야말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겨진 큰 사명입니다.


오늘도 그 누군가가 던져놓고 간 말들로 인한 상처가 쓰라리지는 않으신지요?


그럴수록 우리의 언어는 정제되어야 합니다. 더욱 맑아져야 합니다. 더욱 생명의 에너지, 용서와 화해의 에너지가 담겨져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사용한 ‘죽음의 언어’에 담대히 맞서십니다. 그 비장의 무기는 ‘생명의 언어’였습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온 가련한 여인을 앞에 두고 그들은 예수님을 협박합니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참으로 난감한 시간이 흘러갑니다. 여인에게 이 순간은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숨 막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예수님께도 이 순간은 적대자들이 놓은 올가미에 갇힐 가능성이 다분했던 위기의 순간이었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있어 이 순간은 ‘드디어 한건 하는 구나’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기 직전의 순간이었습니다.


심사숙고 끝에 예수님께서 ‘딱 한 말씀’ 던지시는데, 그 말씀으로 인해 여인도 살고, 당신도 건재하며, 적대자들을 단 한 번에 물리치십니다. 그 말씀은 정녕 생명의 말씀이요, 구원의 말씀이었습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이처럼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언어 하나하나는 생명의 언어였습니다. 희망의 언어였습니다. 위로의 언어였습니다.


그분의 말씀은 늘 살아있었습니다. 힘이 있었습니다. 죽음 일보 직전 까지 갔던 여인도 그분의 단 한 말씀에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오늘 상대방으로부터 어떤 말을 듣고 싶으십니까? 그런 말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건네십시오.


상당히 쑥스럽겠지만 이런 말을 한번 건네 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을 만난 것이 내 일생에 가장 큰 행운입니다. 당신은 존재 자체로 내 삶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당신은 순금 같은 존재입니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입니다. 결국 당신은 내 인생 최고의 걸작품입니다. 주님, 이런 사람을 내게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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