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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3) 비우기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19 조회수944 추천수12 반대(0) 신고

 

요즘 들어 나는 두 가지 일을 비웠습니다.

비웠다기 보다 너무 힘이 들어 포기한 것입니다.

레지오를 그만둔 게 그 첫째입니다.

입단한지 햇수로  6년만입니다.

 

그동안 서기로 단장으로 일하면서 별로 잘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면서 신심도 자라는 듯하였고 사실 영적인 성장을 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정해진 시간에,  그것도 아침 일찍 주회에 가야하는 것이 심한 중압감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건강이 나빠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입니다.

이사를 하여 성당에 가는 거리가 더 멀어진 것도 설상가상이었습니다.

몸은 따라 주지 않는데 성당은 멀지, 날은 춥지, 겨우내 얼마나 얼마나 힘이 들던지.

더욱이 평소에 아침형 인간이 못되는 나는 오후나 되어야 좀 정신이 나는 사람인데 단장이라 결석하기도 눈치가 보이고, 또 출석률이 나빠지니까 그럴 수도 없는데 몸은 따라주지 않으니까 무척이나  심적(心的) 스트레스가 되는 거였습니다.

추위를 몹시 타는데 지난 겨울은 얼마나 더 사람을 힘들게 했던지.........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엊그제 마지막 탈단을 선언하고 아예 평단원마저 내놓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나니 마음이 날아갈듯이 홀가분합니다.

반장일도 지금은 하는 일이 별로 없지만 그도 햇수로 여섯해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마지막입니다.

6년간의 냉담 끝에 다시 성당에 나오면서 시작했던 레지오와 구역반장, 그 일이 신심의 뿌리를 내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걸 느낍니다.

그런데 이젠 나에게 휴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이 너무 힘들 적엔 쉬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난 이제 자유인입니다.

자유인이라는 게 이렇게 홀가분하고 좋은 건지 이제 알겠습니다.

이제부터는 미사만 열심히 다닐 생각입니다.

얼마나 바라고 바라던 일인지 모릅니다.

연세 드신 자매님들께는 참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칠십 팔십이 넘으신 자매님들도 열심히 나오시는데 너무 힘들다고 탈단을 하였으니, 하지만 사람마다 힘듦의 체감정도가 다 다른 법이니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팔십이 다 되신 한 자매님이 그러시더군요.

레지오는 시작했으면 평생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거라고,

그런데 어쩌지요?

쉬지 않으면 지금 당장 죽을 것 같다고 하니까 파안대소 하시더군요.

그래, 그래, 쉬어! 하시면서도 서운해서 어쩌냐고 하시면서 웃으시더군요.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붙잡고 있는다는 자체가 죄악이라는 생각입니다. 죄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감당할 수 없는 직책은 내놓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하나 비우지 못한 게 있습니다.

지금 생각중입니다.

그것 하나 마저 비운다면 참으로 홀가분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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