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일어나 걸으시오”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19 조회수553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6.4.19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사도3,1-10 루가24,13-35

 

 

 

 

 

 

“일어나 걸으시오”

 

평범한 사실이 깊은 깨달음으로 마음에 각인될 수 있습니다.

 

요즘 산책하면서 눈에 띄는 까맣게 죽은 나무들 모습입니다.

몇 달 전에 건축 공사로 인해

‘평화의 집’ 피정 집 주변에 옮겨 심은 나무들인 데,

푸르게 잘 자라는 나무들과 뿌리를 못 내려

까맣게 죽어가는 나무들의 대조가 너무나 선명했습니다.

 

문득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의 뿌리’를 연상했습니다.

오랜 세월 신앙(수도)생활 했으면서도

그 영혼 뿌리를 못 내려 시들시들 냉담한 사람이 있는 가하면,

아예 시꺼멓게 죽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반면 하느님께 깊이 믿음의 뿌리 내린

활력 넘치는 영혼의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야 삽니다.

매일 미사시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하느님께 깊이 믿음의 뿌리 내리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주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요즘 계속되는 부활시기 독서기도 초대 송 후렴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야

비로소 열리는 마음의 눈이요 영의 눈입니다.

오늘 복음의 두 제자들,

주님과 함께 걸으면서도

눈이 가리어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하지 않습니까?

 

“아, 어리석은 자들아!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지 않느냐?”

 

제자들의 어리석음을 탄식하신 후

성경 말씀을 자세히 풀이해 주시고

이어 함께 머물면서 빵을 떼어 주실 때

자신을 계시해 주신 부활하신 주님이셨습니다.

 

바로 다음의 묘사가 오늘 복음의 정점입니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매일의 미사시간,

주님의 성체를 모실 때

마음의 눈이 열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우리들입니다.

 

또 성경을 읽을 때나 들을 때 우리 마음이 환희로 타오르는 것,

바로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체험했음을 뜻합니다.

 

어쨌든 주님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있었던 두 제자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므로

실의의 어둠은 완전히 빛나는 기쁨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어지는 묘사도 의미심장합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영적 실재이신 부활하신 주님을

육안으로 보려는 순간 사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직 믿음의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입니다.

마음 깨끗하여 맑은 마음의 눈 지닐 때 주님을 뵈올 수 있습니다.

 

육으로만 살려하기에 세상살이 이렇게 각박하고 힘듭니다.
영성은 사라지고 온통 육체의 욕망만 가득하니

내적으로 여전 허약하고 목마르고 배고픕니다.

 

단적으로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 내린 뿌리들이 너무 빈약합니다.
사도행전의 자선에 의지해 구걸하며 사는 불구자,

바로 육으로만 사는 모든 현대인들을 상징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영으로 충만한 베드로,

불구자의 현실을 직시하여 근본 처방을 하십니다.

 

우선 구걸하는 불구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대접하여 눈부터 맞추십니다.

서로의 눈길이 만날 때 비로소 시작되는 대화입니다.

“우리를 보시오.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참으로 통쾌한 근본 처방이요,

우리가 이웃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부활하신 그리스도입니다.

 

온갖 운명의 질곡에 매몰되지 말고

감연히 일어나 제 발로 자유롭게 걸으라는 것입니다.

 

불구자의 운명을 완전히 바꾼

베드로를 통한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만남입니다.

 

비관적 체념의 어둔 인생관에서

낙관적 희망의 빛나는 인생관으로의 전환을 뜻합니다.

 

그렇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 외에는

어둠 가득한 사주팔자 운명론의 질곡에서,

불교식으로 말해 업의 윤회 사슬에서, 벗어나게 할 자 아무도 없습니다.

 

정작 무서운 운 것은 육신의 불구보다 마음의 불구입니다.

불평,

불만,

미움,

증오,

원한,

열등감,

절망,... 등

온갖 왜곡된 부정적 마음의 불구가 문제요,

빛이요 생명이요 희망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때

비로소 마음의 치유요 육신의 치유입니다.

진정 자유로운 삶입니다.

 

베드로가 오른 손을 잡아 일으키자

‘불구자는 즉시 발과 발목이 튼튼해져서

벌떡 일어나 걷기도 하고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하느님을 찬미하기도 하였다 합니다.’

바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영육으로 자유로워진 자유인을 상징합니다.

 

이 복된 미사시간,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자비로운 명령입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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