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적인 사람은 자기 욕망을 채우려고 하기 때문에 이기적이고 남에게 상처를 주지만 영적인 사람은 말씀으로 살아가고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릴까를 염려하며 위로부터 내려다 주신 것을 먹고 살기 때문에 수용적이고 겸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을 산다. 늘 개방되어 있고 모든 이를 받아들이고 남의 인격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위로부터 태어나면 어떤 사람이 되는가?

"바람은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이와 같다." 그러니까 위로부터 태어나는 사람은 바람 즉 영이 부는 대로 따라 가는 사람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 순종하는 사람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 갈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유순하고 민감한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성바오로는 "육체의 욕정을 채우려 하지 말고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살아 가십시오."(갈라5,16)라고 말했듯이 "위로부터 태어난 사람"은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영적인 것은 우리의 지식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로부터 주시는 은총을 받아들임으로써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적인 사람은 육적인 사람이 볼 수 없는 천상 것을 말하고 전한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을 말하고 본 것을 증언한다. 그러나 너희는 우리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고 말씀하셨듯이 영적인 사람만이 말하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위로부터 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하늘에서 내려 온 이, 곧 사람의 아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난한 마음이어야 한다. 수용적인 자세이어야 한다. 순명하는 자세이어야 한다.

위로부터 태어난 사람이 영적으로 알아들어야 할 진리는 무엇인가?
하늘에서 내려 온 이가 말하는 것을 알아들어야 하며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올린 것처럼 사람도 높이 들어 올려진 십자가의 지혜를 알아들어야 한다." 그것을 알아듣고 믿을 때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위로부터 태어난 사람이면서도 세상의 것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우리는 성령을 따라 살아가야 하면서도 육체를 따라 살아 갈 때가 많다.

우리는 위로부터 태어나서 위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맞추어 춤을 추어야 하는데 세상 것에 따라 춤을 출 때가 많다. 증권이 올라가면 웃고 내려가면 실망하고 돈을 벌면 기분 좋아하고 돈을 벌지 못하면 우울해진다. 출세를 못하면 비관하고 출세를 하면 성공한 것처럼 우쭐해한다. 육체가 좋아하는 것은 여기 저기 다니면서 먹고 입고 즐기면서 성령께서 원하시는 것을 따르기 위해 복음 묵상이나 피정은 시간이 없다고들 한다.

육적인 것에 길들여 있는 우리들이 영적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산고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육적인 것에 길들여 살던 사람이 영적인 것에 의해 살아가는 사람으로 길들여진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 태어남은 항상 산고의 고통을 겪는 법이다.

바오로 사도도 "나의 자녀인 여러분, 여러분 속에 그리스도가 형성될 때까지 나는 또다시 해산의 고통을 겪어야 하겠습니다."(갈라 5, 19) 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나를 영적으로 새로 태어나게 하시는 분은 하느님께서 즉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지만 내가 성령을 따라 사는 영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산고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런 노력없이 새로 태어날 수 있다면 굳이 영성 생활을 하려고 발버둥 칠 필요도 없고 기도 생활이나 복음 묵상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바람이 불고 싶은 대로 불고 우리가 그 바람에 따라 자유 자재로 춤을 추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성숙한 영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지 않으면 안 된다.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냥 해보시는 소리가 아니다. 우리 자신이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주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간곡히 권고합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이방인들처럼 살지 마십시오. 그들은 헛된 생각을 하고 마음이 어두워져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을 받지 못할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무지하고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도덕적인 감각을 잃고 제멋대로 방탕에 빠져서 온갖 더러운 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그렇게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는 진리가 있을 따름인데 여러분이 그의 가르침을 그대로 듣고 배웠다면 옛 생활을 청산하고 정욕에 말려 들어 썩어져 가는 낡은 인간성을 벗어 버리고 마음과 생각이 새롭게 되어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새 사람으로 갈아 입어야 합니다. 새 사람은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에페 4,17-24)

                                             -유광수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