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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가 행복한 이유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29 조회수752 추천수17 반대(0) 신고

4월 29일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학자 기념일 (요한6, 16-21)

 

 "그때에 큰 바람이 불어 호수에 물결이 높게 일었다."(18절)

 

인생의 큰 풍랑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남편의 암 선고를 받게되자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일이 드디어 내 앞에도 벌어지는구나!" 하며 그저 두려워 덜덜 떨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뭔가 딱히 잡히지는 않지만, 이유없이 막연한 불안이 가끔씩 엄습하곤 하였는데, 두려움의 실체가 현실로 드러난 것입니다.

 

6개월도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남편은 서둘러 신변정리를 해나갔습니다. 우선 외적인 일로 주말이면 가끔씩 쉬러 갔던 콘도도 팔고, 은행관련 일들도 제가 신경쓴다고 간편하게 정리를 하였습니다. 

 

서운하게 해드린 일이 있는 분에게는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돌아가신 부모님들의 영혼을 위해 절두산 성지의 미사에 참례하며 전대사를 구하는 일에도 정성을 쏟았습니다.

 

담당의사의 의견을 물어본 결과, 남편의 증세에는 항암제가 생명의 연장의 의미만 있을뿐 궁극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저희들은 기적적인 치유에 매달리기로 하였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던 것입니다.

 

매일미사와 피정, 그리고 성체조배와 식이요법을 시행하면서 6개월도 어렵다는 것을 이기고 2년 6개월 동안 투병을 하였습니다. 남편의 머리도 새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저희들은 치유가 되나보다 하며 희망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운명하기 마지막 3개월전쯤부터 서서히 몸이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하루에 몸무게가 1kg씩 줄어갔습니다. 그 때의 심정은 피가 마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남편은 서서히 사그라들어 마침내 하느님 품에 안기게 되었습니다. 비록 짧은 생애였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주변에 온 몸으로 사랑을 실천하다 하느님께 돌아갔습니다.

 

후폭풍이 더 무섭다는 것을 그때가지도 몰랐습니다. 부부끼리 만나던 모임에서 단절되고, 부성결손에서 오는 아이들의 방황으로 인해 폭풍이 몰아치면서 두렵고 고통스러은 날들이었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기도하고 몸과 마음이 연약하기만한 저로서는 참으로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20절) 하시는 예수님께 다가가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외치시는 이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다가가면 이 폭풍에서 건져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매달렸습니다.

 

무척 의존적이었던 저는 눈에 보이는 남편을 의지하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고 살아간다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참 자비로우신 분이십니다. 제 약함을 아시고 제 곁에 도와주실분 성령님과 함께 협조자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제 이러한 몇몇분들의 사랑과 지지에 힘입어 아기가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났다고나 할까요?

 

 "우리의 상처와 약함이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이다." 바로 그렇습니다.

 

요즈음도 어느 날은 불현듯 이 세상에 "나 혼자" 라는 고독감이 밀려올 때가 있고, 말할 수 없는 공허감에 사로잡히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특히 계절이 바뀔 때, 한동안씩 마음앓이를 하면서 지내게 됩니다.

 

카타리나 성녀께서 자신의 심장을 비우고 예수님의 심장으로 교환해 주시라는 기도를 할 때, 자신의 마음을 다 비우는 순간, 말할 수 없는 공허감이 스쳤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내 "오 장한 교환이여!" 라고 부르짖을 수 있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성녀의 마음을 채워 주셨다고 합니다.

 

제가 행복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고독감과 공허감의 끝자락에 바로 예수님께서 언제나,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시면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21절)와 같은 현실로 변화시켜 주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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