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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1) 추기경님 오시던 날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29 조회수554 추천수5 반대(0) 신고

 

 

얼마전 우리 본당에서는 성전 봉헌식이 있었습니다.

작년도에 완성하여 8월에 첫미사를 시작으로 새 성전에서 미사를 올려왔는데 이번에 축성하여 봉헌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날 새 추기경님이 오신다고 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자매들이 길가에 길게 늘어서서 추기경님을 환영하기 위해 아침 9시전부터 나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추기경님이 탄 승용차가 나타납니다.

오색  풍선을 흔들며 형제 자매들이 환영을 합니다.

 

추기경님이 방명록에 서명을 하십니다.

 

봉헌식 행사가 진행됩니다.

추기경님을 실제로 뵈오니 화면에서 뵙던 모습보다 훨씬 더 정감이 느껴집니다.

옛날 시골 사랑방에서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듯 조근조근 손아랫 사람들에게 덕담을 하시는 것처럼 다정하고 친밀감이 느껴집니다.

 

 

 

우리 본당이 성전을 시작하면서 외치던 구호가 있습니다.

 

이룩하자! 이룩하자! 성전건축 이룩하자!

 

먼저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고 허공을 향해 내지르며 얍! 하고 고함을 칩니다.

그리고는 주먹 쥔 팔을 힘차게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목청이 터져라 그 구호를 선창자의 선창에 따라 세 번을 합니다.

이룩하자 이룩하자 성전건축 이룩하자.

이룩하자 이룩하자 성전건축 이룩하자.

이룩하자 이룩하자 성전건축 이룩하자.

 

선창자가 세 번, 후창자가 세 번이니 도합 여섯 번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도 주먹을 허공에 지르며 얍! 하고 고함을 지르고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는 본당안이 와아! 웃음바다가 되곤 했습니다.

행복한 폭소였습니다.

그런 구호가 알게 모르게 신자간의 정신적 단합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요.

 

신부님의 선창에 따라 할 적도 있고, 총구역장, 또는 성가대 지휘자를 시킬 적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쑥스러워 하던 사람들도 2년 가까이 하니 아주 익숙해졌습니다.

이룩하자 이룩하자 성전건축 이룩하자.

봉헌식을 하는 날도 장시간의 행사진행 중에 본당 주임신부님이 다시 한 번 그 구호를 외치시고 신자들이 따라 하면서 온 좌중이 웃었는데 추기경님께서 우리 신부님의 모션을 흉내 내시는 바람에 또한번 웃음바다가 되었답니다.

모션을 흉내 내시면서 이렇게 훌륭한 성전건축을 하게 된 힘이 "바로 이것에 있었군요" 하시면서 팔을 허공으로 지르는  바로 그 동작을 하셔서 우리 모두 성전이 떠나가게 한바탕 웃으며 박수로 환호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유머러스한 말씀으로 친근감을 느끼게 하시더니 정진석 추기경님 또한 구수하고 정다운 말씀과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신자들을 즐겁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날 집에 손님이 와 있다는 연락에 저는 미사가 끝나고 바로 왔는데, 다른 분들은 늦게까지 남아 추기경님과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고 싸인도 받았답니다.

하필이면 그날 멀리서 손님이 올게 뭐람!

 

하지만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았어도 좋았네라!

 

악수 한 번 못하고, 싸인도 못받고, 대화 한마디 나눠보지 못했지만 그냥 좋았습니다.

인자하올  노(老)사제이신 추기경님 얼굴 실컷 뵈었으니 그것으로 족합니다.

사랑하올 추기경님!

부디 만수무강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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