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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 묵상 - 밀어야 되야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02 조회수576 추천수11 반대(0) 신고

 

                사진 묵상 - 밀어야 되야

                                            이순의

 

 

      

요즈음

제가 가는 곳에서 자주 대하는 풍경입니다.

우리 본당의 열심하신 노부부십니다.

할아버지가 아프신 게 아닙니다.

할머니께서 아프십니다.

처음 얼마 간은 부축하여 다니시더니

다음 얼마 간은 휠체어에 태우고 다니시고

 

놀이터에도

공원에도

호수에도 

제가 가는 곳이면 노부부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할아버지께서 휠체어를 타시고 할머니께서 미십니다.

제가 여쭈어 보았습니다.

대답은 할아버지의 기발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우리 할멈이 이대로 두면 석달 안가서 저승 가지!

  그래서 육신을 움직이라고 아무리 해도 말을 안들어.

  하루는 내가 힘들다고 했더니 미안했는지 타보라고 하더라구.

  그래서 타 보았더니 밀어 주더라구.

  겨우 몇 발치도 안가지만 기래두 그거면 어디야?!

  그래서 억지로 시켜보는거여.>

 

그런데 할아버지의 눈가에 이슬이 고였습니다.

<내가 너무 힘들어.

  아까 온 그 할머니는 혼자 나와서 운동한다는데.....

  그러면 좀 좋아?>

지처 보이는 할아버지께 위로해 드릴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골라서 해 본 말이.......

<힘은 드셔도 할머니께서 계시니까 해 보러 나오시게 되잖아요?!

  이런 할머니라도 안 계시면 해가 보고 싶겠어요?

  쉬엄쉬엄 하세요. 할아버지.>

 

내 말에 할아버지는 또 코끝이 붉어지셨습니다.

<그려! 그 생각혀먼 기가 막혀.>

 

어버이 날이 곧 다가 오십니다.

나는 불효자입니다.

친정엄마께는 엄청난 불효자이고,

시어머니께는 보통의 며느리들과 같은 불효자입니다.

내 삶이 곤곤하고,

내 생활이 하도 얽히 섥히 엮어져 있어

모든 것에서 주관을 털고 살은지가

여러 해입니다.

때 되어 시어머니 몸 놓으시면

저절로 주관이 되겠지요.

 

그래서인지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남은 어머니들 걱정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제 솔직한 마음입니다.

모친들이야 거동하시다가 멈추시면

짝궁이랑 함께 알아서 주관을 하겠거니

마음을 다지지만

짝궁이 멈추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생각하면

어머니들 멈추는 것이야

걱정도 아니더이다.

 

물질에 영욕없이 살았다지만

저런 모습들이 부쩍 눈에 드는 요즘은

늙을 수록에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큰아들을 잘 두어서

늙으막에 편하신 친정어머니를 보아도 그렇고

아들이 넷이나 되어도 변변치 못해

늙으막에 편치 않으신 시어머니를 보아도 그렇고

 

이제는 그런 친정어머니 걱정도 안되고

이제는 저런 시어머니 걱정도 안되고

백발이 유단히 허연 짝궁이 걱정이고

지질히도 복 없는 내 자신이 걱정이고

참고 살면 복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 또한 다 살아내지 못해서 알지를 못합니다.

 

그저 영감님께서 밀라 한다고

휄체어를 미는 저 할머니랑

할멈께서 저 세상 구경을 먼저 하실까봐

미리서 외로우신 저 할아버지랑

지나다가 스치는 눈으로 바라 봐 지지가 않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할아버지께서 휠체어에 앉아

조곤조곤 종종 걸음을 걸어 가십니다.

<밀아야 되야.

  어서 밀어.>

할머니께서 손잡이만 잡고 있어도

휄체어는 앞으로 갑니다.

따라서

할머니의 걸음이 한 발짝 앞으로 옮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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