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03 조회수875 추천수9 반대(0) 신고
2006년 5월 3일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제1독서 코린토 1서 15,1-8

 

복음 요한 14,6-14

 

 

저는 요즘 일기예보에 얼마나 민감한지 모릅니다. 그래서 아침과 저녁에 꼭 확인하는 것이 바로 일기예보입니다. 왜 이렇게 일기예보에 관심을 가질까요? 소풍갈 때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일기예보를 보던 것처럼, 제가 어디를 놀러가기 때문에 그럴까요? 아니면 일기예보에 민감한 농부처럼 농사를 짓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요즘 유일하게 쉬는 화요일도 쉬지 못하면서 성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고, 농사지을 일도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기예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성지를 방문하시는 순례객 때문입니다. 갑곶성지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경당이 매우 작습니다. 그러다보니 순례객이 많을 경우, 경당에서 미사를 하지 못하고 대신 야외 행사장에서 미사를 하고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비입니다. 만약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천막을 치거나 또는 우산을 받쳐 쓰고서 미사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일기예보에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지지난 주일이었습니다. 일기예보에서 ‘오전에 비 조금, 오후부터 맑음’이라는 안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걱정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날 미사를 하시겠다고 했던 순례객이 350명 정도 되었거든요. 천막을 설치하면서 조금이라도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날씨가 계속 흐린 것이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11시 미사가 모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일기예보의 “오후부터 맑음”이라는 기사가 떠올려졌습니다. 그리고 12시가 넘어갔으니 분명히 오후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힘 있게 말했지요.

“여러분, 비가 올 것 같지요? 하지만 비 절대로 오지 않습니다. 비가 오면 제가 책임질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오늘 순례 잘 하시길 바랍니다.”

잠시 뒤, 성지 설명을 하는 도중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군요. 그것도 조금씩 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엄청난 비가 쏟아 졌습니다. 그때 제 입장이 어떠했을까요? 일기예보의 내용이고 그래서 힘 있게 말했지만, 결국 망신만 당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하고 있는 말들을 떠올려보세요. 분명히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서 이야기를 하지만, 또한 눈에 보이는 사실이라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는 말들이 과연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비록 겉으로는 진실이라고 판단되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필립보는 예수님께 하느님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하느님의 외아드님으로 언제나 하느님과 함께 하시는 하느님 그 자체이십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맞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하셨습니다. 즉, 내가 그토록 미워하는 이웃의 모습으로, 때로는 치고받으면서 싸우는 이웃의 모습으로, 때로는 사랑을 속삭이는 이웃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늘 계셨습니다. 그런 주님이신데, 우리들은 겉으로만 보이는 부분만을 보고서 그 이웃들을 주님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일기예보만을 믿고서 큰 소리 쳤다가 망신당했던 저처럼, 지금도 눈에 보이는 것만 사실이라고 망신당할 행동을 하는 우리였습니다. 주님의 일은 눈에 보이는 것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도 바라볼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큰 소리 치지 맙시다.



 
조용한 물이 깊은 것처럼(작자 미상, '좋은 글' 중에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말들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말 중에 대부분은
남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것도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아픈곳을 말하면서
그 말에서 기쁨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이는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자기를 드러내려 합니다.
그러나 어떤이는 자기의 경험에 비추어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할뿐입니다.

생각이 깊은 사람은
말을 하지않고 생각을 합니다.
생각이 없는 사람은
여러 이야기를 생각없이 합니다.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해서는
안될것입니다.
확실한 이야기도 아닌 추측을 가지고
말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랑의 말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삶의 힘을 돋구어 주는 그런 말을 나눈다면
얼마나 우리의 삶이 풍요롭고 행복할까

사람들은 드러내는 말 보다는
밝은 미소로, 침묵으로
조용한 물이 깊은 것 처럼
깊이 있는 말로 사랑과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요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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