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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흘러넘치는 축복의 잔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25 조회수878 추천수17 반대(0) 신고
5월 26일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요한 16장 20-23절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흘러넘치는 축복의 잔>


저희 살레시오회의 가장 우선적 사목대상자들인 ‘가난한 청소년들’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라는 주제의 소논문 하나를 준비하면서, 단순히 경제적 가난만이 가난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에 와서 ‘가난한 청소년’이란 보다 포괄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지만 튼튼한 가족구조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과, 경제적인 풍요 속에서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거듭되는 부모의 불화로 인한 심각한 정서적,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청소년, 둘을 놓고 비교해볼 때 과연 누가 더 가난한 청소년일까요?


많은 청소년들이 물질적 가난뿐만 아니라 정신적 가난, 애정의 결핍, 영적 가난, 심리적 가난...등으로 힘겨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한 가난한 청소년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보다 포괄적인 사목적 접근이 요청됩니다. 포괄적인 사목적 접근이란 바로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께 행하셨던 치료적 접근, 영적 접근, 전인적 접근입니다.


물질적 가난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우선 펀드를 찾아야 하겠지요. 이어서 정서적, 심리적 가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심리치료사, 의사와도 같은 전문가를 찾아야 합니다. 애정적 결핍을 보충해주기 위해서는 마음이 따뜻한 그 누군가를 찾아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신앙 차원에서의 지지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 유능한 의사선생님께서 심각한 간경화 증세로 고생하던 한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거의 회복 불가능한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선생님은 온갖 정성을 다해 치료에 임했습니다. 최고의 의료기술을 바탕으로 한 적절한 치료와 처방은 제대로 먹혀들었고, 드디어 환자는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서 그분이 다시금 응급실로 실려 왔습니다. 이유는 어느 정도 간 기능이 회복되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그분은 퇴원하는 즉시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게 되었고, 뿐만 아니라 과음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대형 사고를 저질러서 응급실로 실려 오게 된 것입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그 의사 선생님은 병에 대한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셨답니다. 그분은 이제 전보다 훨씬 겸손한 자세로 환자를 대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증상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애정적, 신앙적 치료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의사 선생님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도 진지하게 상의하게 되었고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답니다.


부족한 우리 인간들도 한 인간의 치유와 새 삶을 위해 이토록 노력하는데,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기울이시는 노력은 얼마나 큰 것이겠습니까?


한계와 모순투성이의 우리 인간들도 다른 한 인간에게 기울이는 정성이 이토록 극진한데, 하물며 사랑 그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배려는 얼마나 큰 것이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걱정과 근심, 갖은 스트레스로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 오늘 우리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초산인 산모가 산달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갖게 되는 걱정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에 대한 기쁨도 크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갖은 근심 걱정들이 꼬리를 물것입니다. 아이가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 만의 하나라도 기형은 아닌지, 얼마나 아플 것인지, 아이를 낳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산모는 아이가 무사히 탄생함과 더불어 그간의 모든 고통을 다 잊어버립니다. 자신을 꼭 빼어 닮은 한 생명이 이 세상에 왔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충만한 행복만이 남게 됩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을 직접 대면하기 전까지 우리가 지니게 되는 근심걱정은 정말 대단합니다. 과연 하느님께서 내게 뭐라고 하실까, 잘못한 것 엄청 많은데 혼나지 않을까, 불붙는 지옥 불에 떨어지지는 않을까...


그러나 언젠가 우리가 하느님의 얼굴을 마주보는 순간, 그 모든 걱정과 두려움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몇 천배, 몇 만 배 더 자비로우시겠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부족한 우리의 인생이지만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실 것입니다. 자비로운 아버지께서는 지난 세월 우리의 모든 부끄러움과 죄악, 슬픔과 눈물을 말끔히 거두어가시고 흘러넘치는 축복의 잔을 우리 손에 들려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들고 있는 잔에 당신 사랑의 포도주를 흘러넘치도록 부어주실 것입니다.


그 순간 우리는 힘겹고 위태로웠던 인생길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하느님 저버리지 않고 잘 걸어왔다는데 대한 충만한 기쁨으로 가득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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