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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허근 신부의 알코올 탈출기 <1>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26 조회수753 추천수9 반대(0) 신고

              허근 신부의 알코올 탈출기 <1>   난 알코올 중독자였다

                      

 

한때 소주 8병, 맥주 24병 마셔. 새로운 희망 담담히 고백

<글을 시작하며>

아주 많은 날들이었다.

외로웠다.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외딴 무인도.

세상에는 오직 나 혼자인 것만 같았다.

그 외로움은 나약한 한 인간이 견뎌내기에는 너무나 힘든 고통이었다.

절대 고독의 세계.

난 거기에 있었다.

 

‘알코올 중독.’

 

나는 한때 술을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소주 8병,

 

맥주 24병을 위(胃)에 쏟아 부어넣곤 했다.

 

술은 이슬비가 몸을 적시듯 서서히 나의 몸을 파괴했고,

 

결국에는 영혼까지 무너뜨렸다.

 

정상적인 사목이 불가능했고, 신자들은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겨울철 가슴을 파고드는 추위처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둠처럼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하지만 4년 전부터 나는 하느님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요즘,

 

난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처음 이 글을 평화신문으로부터 청탁 받았을 때 뭐 하나

 

자랑할 것 없는 못난이 사제의 삶이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것이 불편해 극구 사양했다.

 

또 혹시 교회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나의 보잘 것 없는 고백이 알코올 중독자나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술이 나의 인생을 얼마나 파괴하는지를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나 자신이 알코올 중독 환자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술을 먹은 다음 날에는 늘 후회하곤 했지만 저녁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술에 의지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사실 술에 빠져 생활한 기간도 길었지만 알코올 중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거기에서 빠져 나오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술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폐쇄 병동에서 알코올 중독증 치료를 받으면서 체험한 성찰과 반성,

 

알코올 중독증 치료 후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 기쁨과 환희 등을 글로 엮어 볼 생각이다.

 

이 글이 자칫 넋두리에 그치지 않고 겸손하고

 

맑은 마음으로 쓰여질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 드린다.

 

<어린 시절 1>

“나는 무슨 권리로 교회 어른들과 가족,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안겨 주는가.

 

알코올 중독에 걸린 내 자신이 한없이 밉다.

 

빨리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

 

단주를 해야만 한다.”(1998년 4월1일 일기)

 

화창한 날씨였다.

 

뒷산의 능선을 따라 진달래꽃이 줄지어 활짝 피어 있었다.

 

상큼한 봄바람이 그 진달래꽃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그곳에 나와 친구들이 있었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그렇게 자연 속에서 뛰어 놀며 티없이 맑은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성장한 아이가 나중에

 

알코올 중독 환자가 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경기도 광주군 초월면 산이리.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었다.

 

해가 어느덧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초가집들이 하나 둘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것이 신호였다.

 

벌써 저녁 때가 된 것이다.

 

정신없이 뛰어놀던 나와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 듯

 

흩어져 각자의 집으로 달려갔다.

 

저녁 무렵 마을 풍경은 낮의 그것과는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을은 온통 붉은 색이었다.

 

노을이 마을 전체를 휘감아 돌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풍경 위로 십자가 하나가 겹쳐졌다.<다음에 계속 >

 

 내 눈을 뜨게 하소서 / 송정호 루도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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