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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아 움직이는 희망의 복음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28 조회수896 추천수20 반대(0) 신고
5월 28일 주님 승천 대축일-마르코 16장 15-20절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살아 움직이는 희망의 복음>

 

피정이나 연수에 참석해보신 분은 다 잘 아시겠지만 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제 강의입니다. 그렇지만 강의 듣는 사람이나 강의 하는 사람이나 다 괴롭습니다. 그렇다고 빼자니 대체 프로그램 만들기도 힘듭니다. 주관하시는 분들, 참석자들의 기대치에 최대한 부응하기 위해서 ‘말씀 좋은’ 강사를 찾느라 고생이 많으시겠지요. 요즘 본당신자들도 귀가 ‘고급’이 되셔서 자칫 잘못하면 원성을 듣기 십상입니다.


초청받는 강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정황을 알기에 보통 부담이 아닙니다.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때로 사시나무 떨듯이 떨립니다.


무엇보다도 남 앞에 선다는 것 그 자체가 큰 부담입니다. ‘내 삶이 이토록 바닥을 헤매는데, 어떻게 신자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영성적이지 못한 내가 어떻게 영성생활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까?’, ‘기본적인 기도도 못하는 나인데 어떻게 기도를 주제로 한 강의를 할 수 있을까?’ 등등의 반성을 합니다.

제대로 된 복음 선포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언행일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 자신이 선포하는 말씀을 자신이 먼저 살지 않는 사람이 행하는 복음 선포는 힘도 없을뿐더러 설득력도 없습니다.


말씀 선포자는 자신부터 먼저 진지하고 성실하게 자신이 선포한 말씀을 철저하게 살아내야 합니다. 온 몸으로 복음을 증거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가 선포한 말씀이 설득력 있게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예수승천대축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승천하기 직전 제자들을 향해 한 가지 유언과도 같은 말씀을 남기시는데, 다름 아닌 복음 선포에 매진해달라는 강력한 요청입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때로 말씀 선포가 죽기보다 싫을 때가 있습니다.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마지못해 사람들 앞에 서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복음 선포가 제대로 먹혀 들어갈 리 만무합니다.


우리가 전하는 복음 선포가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원인이 무엇이겠습니까?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준비가 소홀했다든지, 기술이 부족하다든지 등의 원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궁극적인 원인은 다른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주 한 가지 진리를 망각합니다. ‘말씀하시는 분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성령이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가 행하는 전도 사업은 내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반드시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 복음은 스트레스로 다가올 뿐입니다.


돌아보면 부끄럽게도 하느님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도구 삼아 나 자신을 전하려는 경향이 많았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진정한 복음 선포는 ‘나 자신’이 사라져야만 가능합니다. 내가 무엇인가 하기보다는 그분께서 하시도록 그분의 영역을 우리 안에 마련할 때 비로소 참된 복음 선포가 가능하리라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한 평생 진리를 찾아 헤맵니다. 어디 가면 제대로 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여기 저기 기웃거립니다. 말씀 좋은 강사를 찾아, 특별한 그 무엇을 찾아 순례를 거듭합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진리, 가장 특별한 깨달음을 주는 지침이자 보고는 우리 가까이 있습니다. 늘 우리가 접하고 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바로 복음입니다.


매일 우리에게 선포되는 복음, 매일 우리가 낭독하는 복음, 매일 우리가 묵상하는 짧은 복음이야말로 가장 큰 깨달음을 주는 보물입니다. 진리의 근원입니다. 삶의 지침입니다.

그러나 늘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있습니다. 매일 복음에서 길어 올리는 삶의 진리들이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잘 내려옵니다. 그러나 가슴까지 내려온 복음이 다리까지, 손끝까지 내려오기가 그렇게 힘듭니다.


오늘 우리가 접하는 복음이 머릿속에서만 머무는 복음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복음, 행동을 촉구하는 복음, 우리 매일 삶의 에너지가 되고 고단위 비타민이 되는 복음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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