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21,16)

제1독서 사도행전 25,13ㄴ-21

복음 요한 21,15-19

며칠 전에는 큰 맘 먹고 방 청소를 했습니다. 원래 청소를 잘 하지도 않지만, 손목을 다치면서 더욱 더 엉망인 방이었거든요. 그래서 깁스를 푼 기념으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리를 하다 보니 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금방 알 수가 있겠더군요. 제 방의 많은 부분은 컴퓨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관심사는 책이지요. 물론 지금은 책에 대한 욕심을 없애려고 책꽂이조차 방에 놓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책들이 제 방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듭니다. 제가 컴퓨터를 많이 만지고, 책을 많이 보기 때문에 제 주변에 컴퓨터와 책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관심사는 항상 자신의 주변에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낚시를 좋아하시는 분은 어떨까요? 자신의 차에 낚시 도구를 들고 다닐 정도로 낚시 도구가 그분 곁에 있을 것입니다. 카메라를 좋아하시는 분 역시 늘 곁에 카메라를 두고서 다니시지요. 각종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그 운동 도구와 늘 함께 하려고 합니다.

바로 이렇게 우리가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것이 자기 주위에 있게 되기 마련인 것입니다. 즉, 내 손이 가까이 닿는 곳에 나의 마음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혹시 그 마음이 이 세상의 것에만 쏠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이 세상의 물질적인 것들에만 마음을 쏟다보니 정작 관심을 두고서 향해야 할 주님께는 전혀 마음을 두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 복음의 예수님 행동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질문을 던지시지요.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그러자 베드로는 자신 있게 말합니다.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질문을 한번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두 차례 더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는 똑같은 질문을 던지시지요. 그렇게 똑같은 질문을 세 차례나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들이 쉽게 벗어나기 힘든 물질적인 것에만 사랑을 두지 말고, 끊임없이 주님께 사랑을 두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가르침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분명하게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뒤, 주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나를 따라라.”라고 하십니다. 바로 주님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주님을 따를 수도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따른다고 자신 있게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주님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요? 정말로 그 무엇보다도 주님이 가장 첫 번째 자리에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예수님을 사랑하고 있다면 우리의 관심과 모습도 바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