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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2) "사이다, 너 마셔!" / 박보영 수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05 조회수731 추천수6 반대(0) 신고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박보영 수녀님>

 

소말리아, 방글라데시 등 지금도 지구 한편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아이들이 많다. 아니 이것은 너무 나태한 표현이다. 전쟁과 기아로 극도의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아이들이 지금도 평균 7초에 한 명씩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복지수는 방글라데시가 세계 1위라고 한다.

 

선교사로 앙골라에 다녀온 수녀님의 전언도 그랬다.

거리는 너무나 지저분하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극심한 영양부족으로 뼈만 앙상한데도, 그 눈은 생기로 반짝이고, 미사전례에서 북을 두들기며 한없이 행복해하고, 제대로 된 음악교육 없이도 그들이 어울려 내는 영가풍의 성가합창은 그야말로 성령의 장중한 무음표 오케스트라 같노라고.

어찌된 일인가?

 

소말리아에 다녀온 외신 기자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을 흐느끼게 했다.

반쪽으로 쪼개어준 사과를 받아들고 말없이 사라지는 아이를 기자는 따라가 보았다.

이윽고 집에 이르러 아이는 자기보다 더 어린 동생을 무릎에 앉히고, 기운이 없어 씹을 수도 없는 그 입에 사과를 깨물어 넣어 주었다.

동생은 살아남았고 형은 영양실조로 죽었다........

 

겉으로 보아 부드럽고 소탈한 나는 세상에 단 한 사람 두 살 아래 여동생에게만은 고약하고 이기적이었다.

엄마의 사랑이 동생에게 쏠릴 수록, 나는 연령 차이에서 오는 유리함을 마음껏 행사하며 힘과 꾀로 응징했다. 그러다 어느 날, 혼자 달랑 마시던 시원한 사이다 병을 뜬금없이 쑥 내밀며, "너 마셔!" 했다. 왜 그랬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날부터 엄마에게 존댓말을 하는 거였다.

 

참 이상스러웠다.

긴 세월 들어온 온갖 교육적 모범사례며 권선징악의 전설들이 비로소 효력을 발휘한 것이었을까? 아마도 그 즈음 '메밀꽃 필 무렵'이니 '동백꽃'이니 하는 문학에 잔뜩 심취하던 내 안에서, 몰라서 그렇지 진짜 내 안에는 사랑과 화해가 가득하다는 목소리를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터울 적은 형제들 사이 그렇게 치고받고 하면서 인성이 자란다는 것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동생은 그해 겨울, 불의의 사고로 생을 달리했다.

그 아이의 나이 열셋, 초등학교 졸업을 몇 달 앞둔 때였다.

 

우리가 섭취하는 것은 일용할 탄수화물과 지방과 비타민이 아닌 것 같다.

주님께서 기념하는 빵을 떼어주실 때 열 두 조각으로 나누어진 그 빵 한 덩이는 우리 각자의 몸안에서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른 어떤 살과 피를 형성한다.

그런데 우리가 못 알아 듣는다.

 

하느님의 언어는 십자가이고 어리석음이니까, 내가 더 사랑받고, 더 인정받고, 더 소유하고, 더 누리고 싶은 인간의 언어로는 통역이 안된다.

나누어줄 때, 나를 떼어내 줄 때, 내가 기꺼이 그의 밥이 되어줄 때(이 말은 얼마나 격하되어 있는지.....) 긴 시간 들어온 사랑의 설교, 복음의 소식들이 꽃처럼 환하게 피어난다.

오늘도 당신을 기념하는 빵을 받아들고, 내 치사하고 남루한 손도 거룩해짐을 본다.

                                                     <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언젠가 저도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이 지구상에서 가장 높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스갯 소리로 늘 방글방글 웃어서 방글라데시라는 말도 있다지요. 아마..

인간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반드시 물질의 과다로 좌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지금보다 50분의 1로, 100분의 1로, 궁핍하게 살던 옛날이 오히려 마음은 더 순수하고 행복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는 큰 욕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높아지는 빌딩만큼이나 아파트만큼이나 물질이 풍요해질수록 욕심은 더 늘어가고 경쟁심도 늘어가고 따라서 불만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매슬로우의 욕구위계론이 아니라도 인간은 자아가 강해질수록,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커질수록 오히려 행복지수는 떨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럴수록 하느님 안에서 자기 마음을 다스리고 절제하는 법을 배워야겠지요.

아주 작은 것에서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연습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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