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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5) 이순의 자매를 생각한다!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08 조회수914 추천수11 반대(0) 신고

 

내가 굿뉴스에 들어온지 십여일 만에 이순의란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은 (자신에게 휘두르는 채찍)이라는 글을 읽고서였다.

그 글에서 범상치않은 그녀의 필력을 유감없이 느꼈고, 곧 나는 그녀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다.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글로, 때로는 높은 식견과 의식이 느껴지는 글로, 때로는 깊은 철학이 느껴지는 글로, 때로는 절절한 감동으로, 때로는 언어의 유희가 더 이상 그럴 수 없을만큼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그녀의 글은 종횡무진으로 읽는 나를 계속 놀라게 했다.

 

수십년간 수많은 프로작가들의 소설을 읽어온 독서 덕택으로 비록 자신은 글을 그만큼 잘 쓰지는 못해도 읽는 눈은 상당수준이라고 자부해 오던 내가 아마추어의 글을 읽고 그토록 놀라운 느낌과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리스도의 얼굴이 없는교회는?), (칼에 날을 세워야만), (올해에도 장도감을 샀습니다), (푸세식), ( 골빈 여자 저기 또 있네) 등등.......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의 문장과 의식세계는 물고기의 비늘처럼 번뜩이는 재능으로 읽는 나로 하여금 깜작깜짝 놀라게 하고 감동으로 설레이게 했다.

깊은 묵상에 그녀만의 독특한 문학적 향기가 더해진 글들은  적나라함과 솔직함으로 읽는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나만이 느끼던 감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의 글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참 많았을 것이다.

 

그 중의 어떤 사람은 꼬리글로 "당신의 묵상글이 기다려지는 한사람으로 담대하고 거침없는 필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라던지, "일상성을 뛰어넘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예리함으로 표현되는 글속에는 항상 생명력이 넘쳐납니다" 라는 글을 보면 얼마나 그녀의 글이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나역시 컴퓨터를 열면 가장 먼저 그녀의 글을 찾아 읽었고, 그 순간이 내겐 엄청난 기쁨이었고, 행복이었다. 점점 더 나는 그녀의 글을 사랑하게 되었고 열렬한 팬이 되었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녀까지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은 글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감추려해도 감춰지지 않고 드러나는, 그녀의 그 빛나는 재능을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그녀는 글의 맛을 아는 사람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의 글에서 느껴지는 맛은 그녀 자신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쓰는 천부적인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녀가 게시판을 떠났다.

왜 그녀가 떠나야만 했는지 나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2년 5개월 동안  5백편에 가까운 묵상글과 사진묵상글까지 합치면 아마 7백편은 될 것인데, 펌글이 전혀 없는 그녀는 대단한 필력임에 틀림없는데, 묵상글 한 편 쓰려면 진이 다 빠진다고 하던 그녀가 그 많은 글들 올리느라 얼마나 진이 다 빠졌을지 안쓰럽기까지 한 마음이다.

그런데 그녀가 그동안 그렇게 진이 빠져가며 올렸던 수많은 묵상글 중 상당수가 삭제되었음을 알고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시간 날 때마다 지난 날의 글을 읽어보던 재미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일부나마 남겨두었음이 천만 다행이다.

 

진정으로 누군가 타인을 그렇게 깊이 사랑한 적이 없었던 내가 이순의 제노베파 자매를 그리워하며 이제서야 글을 올린다.

그녀가 떠난지도 벌서 20일이 되어온다.

그러나 슬퍼하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것을 믿기에, 다만 그리워할 뿐이다.

더 넓은 세상에서 마음껏 끼를 발산하고 충전시켜 전과는 또다른 놀라움으로 우리 곁에 돌아와 묵상방을 빛내 주리라 믿는다.

 

그녀에게 (그리움)이란 시 한 수를 바친다.

 

푸른 이내를 적시는

방울소리 뚝 끊어지고

어느 강물에 시치미도 흘려 버리고

그린 듯이 하늘 가에

나의 매는 섰어라.

    ( 송수권의 시 :그리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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