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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예루살렘에서 받은 아주 좋은 선물 [원요한 몬시뇰]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10 조회수592 추천수9 반대(0) 신고

 

* 은퇴하시고 캘리포니아 테미큘라에 있는 꽃동네에 사시는 원필호(요한) 몬시뇰님

 

 

 

 

   1961년 1월 일입니다.

나는 로마에서 유학하고 있었는데 조그마한 박사 논문(교회법)을 다 쓰고

책임 지도교수의 O.K.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논문에 대한 구두시험의 날짜가 좀 연기 되었습니다.

그것은 지도교수( 5명중의 한 분 )가 출장 중에 계시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때를 이용하여 혼자서,

보고 싶은 예루살렘으로 떠났습니다.

거의 고학을 하고 있는 그 당시의 유학 신부 중의 하나인 나는

예루살렘에 가서 9일 동안 기도를 올리기로 했는데..

호텔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비상원조를 좀 받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에 있는 수녀님들이 운영하고 있는 여자 중고등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원장 수녀님(독일인)을 만나서 한 사나이의 주머니 사정을 털어 놓았더니

그 수녀님은

"알았습니다.  오늘 저녁에 우리학교 영적 지도 신부로 계시는 신부님(독일인)

을 만나시고 그 이야기를 하십시오.  그 신부님의 손님방에 계시게 해 주실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하고 친절한 답을 주셨습니다.

 

내가 수년 간 여름 방학을 이용해 조금씩 배워 두었던 독일어가

외교의 바이올린이 되어 부드러운 사교적 음(音)을 낸 셈입니다. ( 당케, 쉔.)

 

그날 저녁에 나는 그 여학교에 다시가서 그 신부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는 교장 수녀님의 소개를 받았다고 하시면서 예루살렘에서 얼마나 있을

것이며 무엇을 보고 갈 것이냐고 질문하셨습니다.

 

우리는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았는데 여기서도  짧은 독일어라는 바이올린

줄의 소리가 큰 효과를 내어 주었습니다.

나는 그 신부님의 손님방을 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예루살렘에 체류하는 동안 그분들의 덕(德)스러운 선물을 받게 되었는데

그 선물처럼 나의 평생에 잊을 수 없는 선물도 별로 없습니다.

그 신부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원 신부,  내가 신부님께 드리고 싶은 예루살렘 순례기념 선물이 하나 있습니다. 

내 말만 듣고 실천하시면 받게 되는 선물입니다. 

그것은 내일 아침 조회시간이 끝나면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는데, 

제가 가르쳐드리는 자리에 숨어서 학생들을 잘 보십시오.

그리고 아름다운 여학생을 찾으십시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여학생을 자세히 보아 두십시오.

그 아름다운 여학생의 얼굴을 기억하실때 마다

신부님이 꼭 기억하셔야 할 여성이 한 분 계시는데

바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 우리의 성모님이십니다.

신부님께서 제일 아름다운 여성을  가장 사랑해야 할 어머님으로 모시게 되면

신부로서의 신앙 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것입니다.

그러나 이곳 풍습 때문에,

꼭 숨어서 우리 학생들의 아름다움을 잘 보시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재미있고 뜻있는 선물인가!

그리고 나는 다음날 아침에 이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학교는 유태인 학생들 보다는 아랍 계통의 여학생들이 많은 학교였습니다.

아랍인(Arab)들은 유태인(Jewish)의 사촌격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어머니(Jewish Girl)의 아름다움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아랍 아가씨(Arab Girl)와 닮았을 것으로 상상할 수가 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가려서 당신 아드님의 어머니가

되시게 하셨으리라고 나는 믿고 싶습니다.

그 어머니가 나의 천상적 어머니가 되십니다.

신부 생활에서 성모 마리아는 중요한 역활을 하십니다.

 

예수님 활동의 큰 마당이었던 성지 예루살렘에서 그 독일인 신부님 때문에

얻게 된 선물이 나에겐 정말 좋은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Our Lady' 우리 성모님의 보호적 도움을 받아서 나는 예수님을 믿고

살아 갑니다.

 

< 그 소녀의 하얀 팔이 내 지평선 모두였다 >

유태인 자콥이라는 시인의 명시가 생각납니다.

 

성모님의 하얀 팔이 나의 인생 지평선이 됩니다.

성모님 팔 지평선에 서서...

지평선 넘어가 계시는 예수님과 하느님을 나는 보게 됩니다...

 

                       -  나도 생각하는 갈대가 되어 - 

                         원 몬시뇰님의 칠순 기념 수필집 중에서

 

                                 

 

 

 

지난 화요일에 몬시뇰을 모시고 UCLA 안과에 다녀왔습니다.

은퇴하시고 지금 꽃동네에 사십니다.

손녀딸 같이 사랑스럽고 명랑하신 수녀님들과 한 분 수사님과 평화롭게

노후를 보내고 계십니다.

 

당뇨로 눈에 합병증이 있으셔서 몇년 전 부터 UCLA 안과를 모시고 다니는데

저희와 계실때는 병원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한국타운에서 점심을

하고 돌아오면 운전하는 시간이 3시간 정도 되었습니다.

- 교외에 사는 우리는 운전을 오래 한다고 별 일이 없으면 복잡한 LA로는

  잘 나가지 않습니다 -

 

그런데 꽃동네에 들어가 사시니까..

꽃동네로 모시러 가는데 1시간 반 이상이 걸리고,

거기서 병원까지 2시간 이상이 걸리고.

다시 꽃동네로 모시고 가는 길은 교통이 복잡한 시간이라 얼마가 걸릴지?..

꽃동네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 오는데도 1시간 반 이상이 걸리니...

아무리 안되도 7시간 이상을 Free Way 로 운전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다니는 카타리나도 저도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우리가 하던 일이지만..

살그머니 부담스러워지는 마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치료를 하시는 것도 아니고 체크업만 하시는 것이니 가까운 병원으로

바꾸어 드리든지 하는 것이 좋겠다고 우리 둘은 생각했습니다.

이젠 우리 본당 신부님이 아니시라는 생각은 애써(?) 안하려고 했습니다.

대책을 세워보려 했습니다.

 

그러다 우리는 다시 마음을 바꿨습니다.

이젠 그 안에만 계시니 외출하실 기회도 없으시고 얼마나 답답하시겠나..

어차피 우리가 해온 일이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일이라면..

기쁘게 하자고..

 

우리는 계란도 삶고, 사과도 깍아서, 초코렛(졸리면 먹어야 함)이랑,

떡이랑, 물이랑 준비해 가지고 여행 떠나는 마음으로 나섰습니다.

(먹기는 우리 둘이 다 먹었음)

병원에 가시면서 부터 몬시뇰님은 즐거우셨습니다.

한국타운에서 신부님을 존경하시는 분의 식당에 모시고 가서 점심도

맛있게 드셨고 말씀도 나누시고.

그런데 돌아오는 길이 예상대로 심하게 막힙니다.

저는 뒤에 앉으니 자꾸 졸음이 오고..

"우리 안젤라는 주무시나?"  몬시뇰이 물으시지만 사실은 카타리나가

졸리울까봐 카타리나에게 물으시는 것이지요.

오히려 저희 둘은 몬시뇰님이 미안하실까 마음이 쓰였습니다.

 

꽃동네로 돌아가니..

교우 몇 분이 몬시뇰 뵈러 왔다가 안계시니 이따가 다시 오겠다고

했다는데,  이름을 들어보니 저도 잘아는 꾸르실료 선배님들이었습니다.

 

오신 이유가..

곧 장봉훈 주교님(청주교구)께서 LA에 오시는데

주교님께서 원 몬시뇰님을 꼭 찾아 뵈라고 숙제를 주셨다는 것입니다.

장 주교님께서 이곳에 계실 때도 무슨 때가 되면 꼭꼭 저희 신부님을 챙기시던

모습이 우리 평신도의 눈에 정말 좋은 모습으로 기억 되었습니다.

이곳의 꾸르실료를 튼튼하게 자리잡아 주시고 가신 지도신부님..

 

그 분들도 먼길을 2시간 이상 오셨다가 못 뵈고 오후에 다시 오시겠답니다.

 

제가 "몬시뇰님,  굿뉴스에 올리게 사진 찍어 드릴께요." 하니까

이렇게 멋진 포즈를 취하십니다.

그리곤

" 꽃동네 라고 새긴 이 비석옆에 꽃은 없고 풀만 있으니 풀동네야, 풀동네..."

   하시니 수녀님이 옆에서

 "아유..  몬시뇰, 그거 풀 아니고 나중에 꽃 피는 거라니까요." 하셔서 모두

  웃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을 그렇게 수녀님들을 놀리신 모양이셨습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운전을 교대한 카타리나가 콜콜 잠이 듭니다.

이제 8월 말에 또 UCLA에 가야 합니다.

카타리나와 저는 꾀 부리리지 말자고 다짐하고 헤어졌습니다.

근 50년동안 우리를 위해 살아오신 몬시뇰님께 드리는 하루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지만, 기쁨은 되어드릴 것으로 믿으면서...

 

* 이번 6월 26일이 원요한 몬시뇰님의 사제 서품 48주년이 되시는 날입니다.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십시오..

 

-  테미큘라 꽃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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