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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목일기] 화투와 심리치료 /홍성남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11 조회수581 추천수2 반대(0) 신고

   

                               화투와 심리치료

 

 

    "화투를 쳤습니다, 보속을 주십시오."

 "할머니 화투친 게 무슨 죄입니까? 고해성사를 보시게요."

 "다른 본당 신부님이 화투는 도박이니 고해성사를 보라고 하였습니다."

 "얼마짜리 화투를 치시는데요?"

 "점 십원입니다."

 "아이고, 할머니 점 백 이하는 괜찮습니다."

 "정말인가요?"

 "그럼요, 저는 매주일 화투를 치는데요."
 

 심리학에서는 마음의 근육, 마음의 온갖 감정을 다 사용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

이라고 합니다. 마치 온몸의 근육을 다 사용하는 사람이 건강한 몸을 가진 것처럼 말

입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재미있고 값싸게, 그리고 크게 체력소모 없이 자기감정을 다

사용할 수 있는 놀이중에는 화투가 단연 좋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딸 때 짜릿함과 잃

을 때의 속상함 등 마음 안의 온갖 색깔의 감정들이 숨김없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화투는 인생살이의 일부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딸 때가 있으면 잃을 때도 있

다는 인생살이의 냉엄한 현실 말입니다. 그래서 가진 것에 대한 집착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영성적 훈련도 시켜줍니다.

 저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신자분들과 화투를 칩니다. 어

린아이들처럼 웃고 떠들면서 서로가 가진 거리감을 좁히는데 화투만큼 좋은 것을

발견하지 못해서이지요.

 축일 날인가 부채를 선물로 받았는데 화투판 말로 '고도리' 그림이더군요. 그것으

로 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서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어떤 이는 화투가 나라를 망치는 도박이라고 합니다만 그것은 중독된 사람들 이

야기이고, 인생 말년을 정리해야 하는 어르신들께는 화투가 마음 건강을 유지하는

데 아주 좋은 도구입니다.

 적극적으로 권할 수는 없지만, 대안이 없는 동안은 필요한 것이기에 소극적으로

권하는 바 입니다.

 

-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상계동본당 주임)
 
 

 

 

 

- 출처 / p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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