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 정규한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12 조회수688 추천수7 반대(0) 신고


 


 


어느 날 아침 지나가던 나그네가 나무 줄기에 붙어 있는 고치를 발견했습니다. 고치에서 무언가가 구멍을 내면서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도와주려고 입김으로 고치를 가볍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고치 껍데기가 떨어지면서 나비가 나왔는데 날개를 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가 잠시후에 죽었습니다. 나비는 천천히 그 고치 껍데기를 떼면서 힘을 얻어야 했었는데, 그 사람의 입김때문에 날개에 힘을 잃어버려 결국 날지 못하고 죽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고난과 갈등을 겪지 않은 것은 나약할 수 밖에 없듯이, 고통으로부터 도피하려 할 때 충만한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고통을 수반하는 삶이 자연의 삶이요, 건강한 삶이기에 알맹이를 맺을 수 있고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고통입니다.

 

부화의 고통이 없었던 나비가 죽음을 재촉당한 것처럼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통과 갈등을 겪지 않고 너무 편안하고 안일하게 살면 생의 활력을 잃고 영적으로도 육적으로도 죽어가게 됩니다.

 

고통과 갈등이 제거되어 있는 조건 속에서는 생존하기 위한 본능도 없어져서 나비는 죽음을 불렀습니다. 이처럼 자연 현실이요 법칙인 고난이나 갈등이 없으면 열매를 맺을 수도 없고 생명의 활력을 찾을 수도 없습니다. 

 

제가 안양 ''''라자로 마을''''에서 나환자들과 6주 동안 같이 있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멀쩡하던 나환자가 어느 날 손을 덴것이 아니겠습니까! 왜 손을 데였냐고 여쭈었더니, 뜨거운 냄비를 집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 나환자는 손에 감각이 없기 때문에, 자기 손이 데는줄도 모르고 뜨거운 것을 집고 있었던 것입니다. 손에 전혀 감각이 없어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발에 무엇이 떨어져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조차 느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고통이라는 감각이 있기 때문에 위험과 재난을 주의할 수가 있습니다. 고통은 우리를 더 좋아지게 할 수도 있고, 우리를 더 괴롭게도 할 수가 있는데, 그것은 결국 고통에 한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의 과거사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언제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고난이나 갈등, 고통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을 때 우리는 하느님을 더욱 깊이 찾았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닥치는 고난은 하느님을 더 잘 알게하고, 우리 자신을 아는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 안에 있는 고난과 갈등이나 많은 어려움은 바로 하느님과 나 사이의 관계를 질서 잡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이렇듯 고통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과거의 고통스런 체험이나 경험을 볼 수 있게 되는 용기를 가지게 됩니다. 고통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고 그 고통스런 경험이 정화되었을 때 그러한 체험이나 경험이 거룩한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상처입은 조개가 진주를 생산해 내는 고통과도 같습니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경험이 거룩한 경험으로 정화된다면, 우리는 솥뚜껑을 보고도 놀라지 않게되고 다른 사람을 ''''용서한 상태'''' 가 됩니다. ''''용서한 상태'''' 란 내가 용서하고 싶은 상태가 아니라 이제는 더 이상 그 사건이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게 된 상태이기에 용서가 된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 과거가 정화되어야 우리의 현재나 미래에 그 과거 경험이 악 영향을 끼치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대상을 아무 선입견 없는 깨끗하고 맑은 유리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듯이 보게 되고, 세상이 그렇게 내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 예수회 정규한 신부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