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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흐르는 강물처럼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12 조회수1,049 추천수12 반대(0) 신고
6월 12일 연중 제10주간 월요일-마태오 5장 1-12절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가까운 곳에 그림 같은 강, 그야말로 ‘흐르는 강물처럼’ 포스터에 나오는 강이 흐르고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가끔씩 강둑 따라 산책도 하고, 낚싯대를 드리우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 '눈먼' 가물치나 한 마리 잡아볼까 하고 루어 낚싯대를 들고 강으로 갔더니, 접근성이 좋은 자리는 이미 다른 ‘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할 수 없이 천신만고 끝에 강 건너편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건너 가보니 멀리서 보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그곳은 그리 좋은 포인트가 아니었습니다. 할 수 없이 더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강을 따라 내려가는데 거의 밀림수준이었습니다. 쓰러진 고목 밑을 통과하고, 사람 키가 훨씬 넘는 수풀도 헤치고 다녔습니다. 늪에 빠지기도 했고, 바위를 기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헤매다가 드디어 좋은 포인트를 찾았습니다. 적당한 크기의 바위, 적당한 강폭과 깊이, 너무나 기뻤던 나머지 얼른 바위위로 올라가는 순간, 저는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습니다. 바위 위에는 아이 팔뚝 굵기 정도 되는 흙빛 살모사가 또아리를 틀고 앉아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기겁을 한 저는 뒷걸음질 치다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강에 빠지기까지 했습니다.


겨우 제대로 된 다른 자리를 찾아 낚시를 하면서 이런 제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했습니다. 한 마리 잡아보겠다고, 목숨까지 거는 제 모습이 웃겼습니다.


돌아보니 잠시 지나가는 행복, 그야말로 찰나적인 행복,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행복이라 여기고, 목숨을 걸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잠깐의 손맛을 보기 위해 목숨까지 걸면서, 참된 행복, 진정한 행복, 영원한 행복, 보다 가치 있는 행복을 얻기 위해 과연 나는 무엇을 했나 많이 반성이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참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소개하고 계십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박해를 받는 사람들...”


예수님께서 제시하시는 참된 행복에 이르는 길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너무나도 역설적(逆說的)입니다. 피눈물 흘리고, 박해받고, 울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하시니, 많은 사람들이 이 말씀의 진의를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말하지요. 재산의 유무야말로 행복의 척도다, 슬픔이 없는 삶, 피눈물 흘리지 않는 삶, 고통이 없는 삶, 굴곡이 없는 삶,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이 최고라고 말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주변에 둘러서 있던 바리사이들, 사두가이들, 율법학자들은 속으로 비웃었을 것입니다. 자기들끼리 눈짓을 하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몸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여러 가지 이유로 피눈물 흘리고 애통해하던 사람들, 힘겹게 현실을 견뎌가던 사람들, 그래서 결국 겸손해진 사람들의 마음은 희망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습니다. 현실적인 가난, 고통, 상처, 눈물이 무조건 좋은 것, 귀한 것,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성서는 모든 극단을 피합니다.


가난이, 고통이 소중하다고 가르치시는 이유는 가난이나 고통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대체로 겸손해지고, 하느님 두려워할 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자라고 해서 모두 나중에 불행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자이면서도 덕스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겸손하게 가난한 이웃들 위해 자신이 가진 바를 아낌없이 나누고 섬기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겸손하고, 다 하느님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질투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하느님 두려운 줄 모르고 갖은 악행을 저지르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결국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박해를 받는 사람은 어떠한 처지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은 사람,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 하느님께 순종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에게 다가온 고통이나 박해를 저주하지 않으며, 끝까지 인내하며,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상급 중에 가장 큰 상급인 ‘하늘나라’가 선물로 주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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