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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15 조회수794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6년 6월 15일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I say to you, whoever is angry with his brother
will be liable to judgment,
and whoever says to his brother,
‘Raqa,’ will be answerable to the Sanhedrin,
and whoever says, ‘You fool,’ will be liable to fiery Gehenna.

                                            (Mt 5.22)

 

제1독서 열왕기 상권 18,41-46

 

복음 마태오 5,20ㄴ-26

 

그저께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습니다. 전에 자전거를 타다가 손을 다쳐서 한 달 넘게 자전거를 탈 수가 없었거든요. 따라서 웬만큼 손도 나았고, 이렇게 좋은 날씨에 해안 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싶은 마음에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문득 지난번의 사고가 생각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방에 들어가서 전에 선물로 받은 자전거 헬멧을 머리에 쓰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처음 써 본 새 헬멧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선물 주신 분이 분명히 큰 헬멧이라고 했는데 이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제 머리 탓을 하게 되더군요. 전에부터 머리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이 헬멧도 못쓰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에게 맞지 않는 헬멧이라고 단정을 내렸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헬멧을 벗어서 원래 있었던 케이스에 담았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무엇인가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헬멧 안에 있는 머리 보호대에 붙이는 스펀지가 따로 분리 되어 있는 것이었어요. 즉, 머리 아픈 것에 대비해서 제 머리 큰 것만을 탓했었는데, 사실은 그 자그마한 스펀지 하나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처음 그 헬멧을 선물로 받았을 때, 그 안에 스펀지가 있길래 이것은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가 정말로 궁금했었지요.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네요.

자그마한 스펀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스펀지입니다. 그런데 제 머리가 아프지 않으려면 반드시 있어야만 했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살인하지 말라.’ 계명을 더욱 더 심화시켜서 말씀하시지요. 즉, 살인을 하는 것만이 하느님의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형제에게 화를 내고, ‘바보, 멍청이’라고 말하는 자 역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하시지요. 바로 별 것이라는 말 한 마디, 아무것도 아니라는 행동 하나가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긴 것과 같은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혹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는 작은 계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기 위한 것이지요. 그래야 주님 앞에 완벽하게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떨까요? 작은 계명도 철저히 지키면서 주님 앞에 완벽하게 나아가고 있나요? 조그마한 스펀지 하나가 제 머리를 아프지 않게 하는 것처럼, 작은 계명도 어기지 않으려는 나의 노력 하나가 나를 구원으로 나아가게 할 것입니다.

 

화를 내지 말고, '바보, 멍청이' 등의 욕도 절대로 하지 맙시다.



 
행복한 고민(최용우, '햇볕같은 이야기'중에서)


 

어떤 주부의 이야기인데, 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아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 뇌종양이랍니다. 그것도 악성 종양이어서 얼마 못 살 거랍니다. 수술 날짜를 잡기는 했지만 수술실에서 걸어 나올 보장이 없는 수술이랍니다.

수술하기 전날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옷을 차곡차곡 개 옷장 속에 넣으며 한없이 울었더랍니다. 자기가 아니면 양말 한 짝 찾아 신지 못하는 남편의 속옷과 양말을 서랍장에 넣으면서도 펑펑 울었더랍니다.

수술실로 들어가던 날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는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지켜보던 남편이 그제서야 실감이 나는 듯 '어쩌면 좋아' 하며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랍니다.

얼마 후에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의 짧은 삶이 주어진 이 주부의 눈에 보이는 이 세상은 마치 신천지 같더랍니다. 모든 것이 다 새롭고 모든 것이 다 귀하고 모든 것이 다 고맙고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더랍니다. 맨날 짜증을 부렸던 남편의 뒤집어 벗어놓은 양말도, 늦잠 자는 아이들을 깨우는 것도, 누군가 집 앞에 몰래 버려놓은 쓰레기도,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까지도 그냥 좋아 보이고 감사하더랍니다. 이 땅에서 숨쉬는 그것 자체가 행복이더랍니다.


'사랑했지만'- 이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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