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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 취하면 소죄(?)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16 조회수663 추천수6 반대(0) 신고

                     

 

 

                                                안 취하면 소죄(?)


   내가 이런 지면을 빌어 술 얘기를 안 한다면 그건 아마도 술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며 하느님 앞에서도 큰 위선이 되리라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고백하면, 난 술에 대한 전과가 많다. 끊은 횟수만도 수십차례가 되나 번번이 다시 마셨으며 이 핑계 저 핑계로 술 마실 구실만 찾는 것이 내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한 때는 “한잔 먹자, 강길웅!” 이라는 묘한 별명이 내 꽁무니에 붙어 있곤 했다. 물론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다.


   신학교에서도 심하게 마셨던 일이 생각난다. 한때는 2년이상을 참기도 했으나 어느 날 갑자기 봇물이 터지면 주체를 못 했다. 그래서 다시 끊고 몸조심을 했지만 너무도 안 되는 것이 이놈의 술 끊는 일이었다.


   한번은 술 끊은 지 꼭 사흘째 되던 날이었는데 정말 아닌 밤중에 학생처장 신부님이 갑자기 호출하신다는 전갈이 왔다. 뭔 또 켕길 일이 생겼는가 싶어 엉금엉금 기어 갔더니 글쎄 조니워카에 산낙지 한 접시를 놓으시고는 “한잔 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왜 술 끊어” 그날 밤은 또 한 시 까지 마시면서 작심삼일에 충실하였다.


   처음 부임했던 본당은 술이 심한 마을이엇다. 거의 매일 술 먹고 싸우며 욕하는 소리가 사제관까지 들려와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론 때마다 거듭거듭 강조했었다.


   그런데 어느 명절아었다. 그날만은 유난히 아무도 취하지 않았는데 유독 나만 혼자 취해서는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유행가란 유행가는 다 들춰 가면서 소리를 지르니, 걱정이 되신 회장님이 이러시면 안 된다는 것을 “명절날 안 취하면 소죕니다. 소죄!” 하며 행패를 부렸던 기억을 하면 지금도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진다.


   호남동에 와서 지난달 언젠가도 그랫다. 얼굴을 좀 익히겠다고 이집 저집 방문하며 한잔, 두잔 마신 것이 그만 과해가지고 밤새 고생을 했으며, 꼭 할멈 나간 집구석마냥 어수선한 뱃속 때문에 그 이튿날도 하루 종일 식사를 못하고 고생을 해야 했다.


   다시 또 술 끊은 지 한 달이 된다. 이번엔 아예 강론 때에 선포를 해버렸으며 사생결단을 내기로 작정을 했지만 좋은 음식 가지고 내가 이거 뭔 짓거리하는지, 내가 판 웅덩이에 내가 다시 빠져드는것 같아 은근히 걱정도 되고 부담도 된다.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강길웅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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