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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손바닥의 가시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18 조회수707 추천수6 반대(0) 신고



 내 손바닥의 가시

 

불교에서 개종한 아주머니가 계셨습니다
이 분이 말씀하시기를 자신이 개종하기 전에 성당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컴컴한 곳에 어떤 남자가 매달려있는 것을 보고 몹시 놀라서
사람을 저렇게 매달아놓고 그 앞에서 기도를 하다니
천주교는 참으로 이상한 종교라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삶의 고통을 겪던 어느 날

생각이 바뀌시게 되었는데
부처님 앞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기도하다가
문득 황금색으로 번쩍이고 살이 찐 저 부처가
과연 사람들의 고통을 알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고

 

오히려 십자가에 달린 예수라는 분이
사람의 고통을 더 알아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개종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신다는 걸 깨닫고
가능하면 방마다 십자고상을 걸어놓으라고 얘기합니다

 

병자 방문을 갔을 때 환자 머리 위쪽에 있는 십자고상을 보게 되면
그렇게 매달리신 주님이

환자를 위로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주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모습이
심리적인 역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상담을 받으러 오신 분들께

예수님께 자신을 털어놓는 기도를 하라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털어놓으라고 권유하면
상당히 많은 분들이 예수님의 고통에 비하면

자신의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십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의 모습이 심리적 역현상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단하시다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되게 이쁜 척하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주님의 고통에 비하면 나의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겠지요
그러나 주님의 옆구리를 찌른 창과 내 손바닥의 가시 중 어느 것이 더 나를 아프게 합니까?
내 손바닥의 가시입니다

 

그런데도 왜 주님께 나의 고통을 이야기하지 못하는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고통스런 모습 때문입니다
저렇게 힘들어하는 양반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하고 참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자신의 힘겨움을

털어놓지 않는 것은

사실은 미련곰퉁이 같이 자기 병을 키우게 되는 것이지요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어린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시는 말씀입니다

 

주님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기도해야 합니다
아플 때는 아프다고 즐거울 때는 즐겁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심리치료에서는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글로 쓰기만 해도

우울증이 치료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단지 이야기하거나 글을 쓰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소리에 응답하시는 분을 모시고 살지 않습니까?

 

기도 중에 마음 속에 올라오는 서러운 생각들은

케케묵은 것들일지라도
다 주님께 털어놓으십시오
 

그것이 주님께 더 가까이 가는 좋은 방법입니다

 

 

-도반신부님 강론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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