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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복음묵상]폐기되는 '탈리오' 법/박상대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19 조회수587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6년 6월 19일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성 로무알도 아빠스 기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앙갚음하지 마라.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대라.(마태오 5,38-40)

 

"You have heard that it was said,
An eye for an eye and a tooth for a tooth.
But I say to you, offer no resistance to one who is evil.
When someone strikes you on your right cheek,
turn the other one to him as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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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은 똑같이 복수하기는커녕 오히려 친절과 사랑을 베풀기를 요구하십니다. “누가 네 오른 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동태 복수법으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상대방이 자신에게 상처를 준 것 그 이상으로 보복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입은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주며 보복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이유로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상대편은 자기가 준 상처보다 더 큰 보복을 당했다고 여겨 또 보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시고자 보복하지 말고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친절하기를 요구하십니다. 복수의 악순환을 끊는 지름길이지만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결책입니다. 이성으로는 알아들을 수 있지만 감정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합니다.

 

 

 

 

                                 † 폐기되는 '탈리오' 법

오늘 복음은 다섯 번째 대당명제를 담고 있다. 예수께서는 구약성서가 말하는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화상은 화상으로, 상처는 상처로, 멍은 멍으로 갚아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고가 생겨 목숨을 앗았으면 제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출애 21,23-25; 레위 24,20; 신명 19,21 참조)는 명제를 폐기하시고 "앙갚음하지 말라"는 반명제를 제시하신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는 앙갚음은 피해자가 받은 것과 같은 종류의 해를 가해자에게 주거나 같은 종류의 방법으로 가해자를 해치는 소위 동해형법(同害刑法), 또는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을 말한다. 그렇다고 이 법칙이 앙갚음이나 보복을 정당화하고 복수를 부추기는 법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모든 종류의 형법(刑法)은 사전에 범법행위를 방지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 규정은 오히려 가해자에 대한 어떤 조치가 개개인의 일이 아니라 이를 관장하는 기관이나 공동체의 장치에 속한 일임을 밝히려는 것이다.(민수 35,24) 나아가 구약의 율법은 가해자에 대한 일련의 조치가 하느님의 전적인 통치권에 속함을 강조하고 있다.(신명 32,39-43; 집회 28,1; 이사 35,4; 예레 46,10; 에제 25,17) 이러한 동해형의 가해 형법이 원시사회나 고대문화권에서는 어느 정도 통용된 규정일지 모르나 법이 발달한 오늘날 사회에서는 국가가 이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복수와 보복의 오해를 내포하고 있는 동해형법, 또는 동태복수법이라는 용어보다 "탈리오법(lex talioni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옳을 지도 모른다. "탈리오(talio)"는 "이러한, 동등한, 동일한"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탈리스(talis)에서 파생된 단어로서 그 원초적인 유형은 바빌론 제1왕조의 6대 대왕인 함무라비(Hammurabi, 재위 B.C 1792-1750)의 법전에서 발견된다.

탈리오 유형의 형법은 고대 앗시리아와 그리스문화권에서도 발견되며, 고대 로마문화권에서는 십이동판법(十二銅版法)이라고 불리는 법전의 한 조항으로 성문화되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만일 그가 다른 사람의 사지를 분리시키고, 타협에 이르지 못하면 탈리오 해야 한다"(제8표 2)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뜻은 어떤 사람이 남의 손이나 발을 부러뜨렸는데 가해자와 피해자가 금전적 배상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탈리오"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곧 가해자도 동일한 해를 입도록 조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탈리오는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소멸되고 국가에서 정하는 특정한 형법이나 재산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변화하였는데, 그 근본적 사고방식은 응보(應報)이며 이러한 견해는 형벌의 역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탈리오법은 언뜻 보기에 적용이 쉽고, 상당히 이성적이며, 정의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쨌든 예수께서는 "앙갚음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신다. 예수님의 요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예수께서는 앙갚음을 하지 않는 것으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악(惡)을 선(善)으로 되 갚으라고 하신다. 오른 뺨을 치는 자에게 왼 뺨마저 돌려대고, 속옷을 가지려고 재판 거는 자에게 겉옷까지 내어주며, 억지로 오리를 가자고 하는 자와 십리를 같이 가 주라는 것이다. 또 달라는 사람에게 주고 꾸려는 사람의 청을 물리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예수께서 악(惡)을 관용하고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아니다.

대사제 안나스가 예수를 심문하는 자리에서 그의 가르침에 대하여 묻자 예수께서 "왜 나에게 묻느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들은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라. 내가 한 말은 그들이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하자 경비병이 예수의 뺨을 때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다른 뺨을 돌려대지 않으시고 "내가 한 말이 잘못이 있다면 어디 대 보아라. 그러나 잘못이 없다면 어찌하여 나를 때리느냐?"(요한 18,20-23 참조)고 하신 말씀을 떠올려 보라.

악은 분명히 악이다. 예수께서 악을 선으로 되 갚으라고 하시고,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베풀라고 해서 옳고 그름의 척도가 파기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악의 도전을 받았을 때나 어떤 요구를 받았을 때, 이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것이다. 예수님의 요구는 분명 실천하기 어려운 면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악보다는 선을, 법보다는 사랑을, 강함보다는 약함을 더 선호하시는 것이다. 이 선호는 그리스도의 참다운 자유에 뿌리박고 있으며, 하느님 나라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잘 들어라. 너희가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보다 더 옳게 살지 못한다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5,20)........◆

-박상대 마르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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