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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멍 수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19 조회수883 추천수13 반대(0) 신고

    

 

 

 

                              멍 수녀님!



   멍 수녀님이란 분이 계셨다.  성은 멍씨가 아닌데 다만 그분의 재주가 신통치 못하여 이에 답답함을 느끼신 본당 신부님께서 “멍청이” 라 부르신 데서 나온 이름이었다.


   원래 그 수녀님은 드러내 놓을 만한 것이 없었다. 성가도 잘하지 못했으며 교리지도도 더듬거렸고 나중에는 제의방으로 밀려났는데 그것마저도 본당 신부님의 신경을 자주 건드리곤 했다. 그저 재주가 있다면 “멍 수녀” 하고 불러도 늘 생글생글 웃는 그 미소가 고작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멍 수녀님을 굉장히 좋아했다. 신자들이야 으레 약자편이긴 하지만, 늘 겸손하시고 신자들의 어떤 말도 다 받아 줄 뿐만 아니라 남몰래 많은 기도와 희생을 하고 있는 줄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곳 원장 수녀님은 나이는 멍 수녀님보다는 훨씬 적으나 대단히 똑똑하고 재주가 반짝반짝하는 분이었다. 그러나 너무 독선적이고 직설적인 언행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신자들이 상처를 받게 되었고 그래서 신자들은 ‘똑 수녀님’을 싫어하고 경계하게 되었다.


   한번은 그 수녀원을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원장 수녀님이 신부님들의 사생활에 대해 얼마나 ‘따따부따’하시는지 듣기가 아주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내가 보기에는 그 원장 수녀님의 생활도 대단히 고급화되어 있는데도 아마 자기 자신의 모습은 잘 안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때에도 멍 수녀님은 그 특유의 재주인 미소만을 가지고 우리의 어리석음과 교만을 다 받아 주고 계셨다.


   결국 멍 수녀님은 본당 신부님과 원장 수녀님의 합동작전으로 먼 곳으로 쫓겨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가실 때는 눈치를 보느라 많은 이들이 전송을 해주진 못했지만 가시고 난 뒤에는 수녀님을 잃은 아쉬움과 불만으로 많은 이들이 분개를 했다는 것이다.


   세상은 재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재주는 자신의 눈을 감기게 할 뿐 아니라  스스로 위선의 탈을 뒤집어쓰게 하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다. 신앙은 오로지 그리스도의 내려가는 겸손을 닮을때 축복이 되는 것이며 잘 사는 은혜가 되는 것이다.


   며칠 전에 어떤 수녀님을 만났는데, 뭐라고 한마디하니까 오히려 세마디 네마디 퍼부으면서 얼마나 따발총을 쏘는지, 그날 온종일 왜 그리도 피곤하고 짜증스러웠는지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쳐지고 넌더리가 난다. 나는 왜 멍 신부가 되지 못할까?


   세상을 바보처럼 사시지만 그 속에 사랑이 있고 평화가 있으며 그리고 그리스도의 최고의 덕인 겸손을 사시는 멍 수녀님을 생각하면서 닮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질책도 해본다.


   멍 수녀님, 사랑해요!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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