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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면접 얘기좀 합시다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0 조회수686 추천수7 반대(0) 신고

                                               

 

 

                                    면접 얘기좀 합시다


   면접 얘기 좀 하자.

   성탄면접 때는 으레 신앙 문제뿐만 아니라 교무금 문제까지도 곁들여서 교회의 살림에 대한 걱정을 함께 나누게 된다.

   그런데 이놈의 돈 얘기가, 신부는 입에 익숙치 못하고 신자들은 귀에 익숙치가 않아서 그것을 말하고 듣는 것이 참으로 거북하고 어색할 때가 많다. 그래도 엄연히 중요한 사목이요 하느님의 일이기에 건성으로 넘기거니 생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성서의 가르침은 수입의 10분의1로서 개신교에서는 십일조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천주교에서는 가정마다 형편이 다르기에 십일조에 못을 박지 않고 적어도 20분의 1정도는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형편’이라는 것이 아주애매해서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


   대화를 하게 되면 여러사람의 속을 두길, 세길까지 들어가서 만나게 된다. 재산이 참으로 넉넉하고 쓰고 싶은 대로 다 쓰고 사는 사람들이 하느님께는 그렇게 인색할 수가 없으며 마치 탈세를 하듯이 이일 저일 들어 가며 깍고자 하는 모습을 보면 추저분하고 치사한 마음이 들어 무엇이 주님의 마음인지를 몰라서 당황할 때가 많다.


   한번은 어떤 영감님이 자기는 자식도 없고 하는 일도 없으며 내외가 늘 아파서 병원에만 다닌다고 하시기에, 그러면 교무금 걱정은 마시고 기도나 열심히 하시라고 했더니 그래도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면서 손수 2천 원을 책정하고 가셨는데 후에 한 신자가 들어와서 하는 말이 자기가 바로 그 영감님의 돈을 천만 원 빌려쓰고 있으며 지금 깔려있는 돈이 5천만원도 넘는다는 것이었다.


   신앙이 도대체 무엇인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하느님을 찾고, 또 찾아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5백 원짜리 복권을 사들고 행운을 기대하듯이 행여나 하는 요행심에서 그냥 믿는다고 해보는 것인가, 아니면 고양이나 스피츠처럼 애완용으로나 심심풀이로 믿어 보자는 것인가, 도무지 말하기조차 송구스러워 참으로 부끄러울 때가 많다.


   면접 때 교무금 얘기 안한 지가 3년이 된다. 이제는 많든 적든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하느님께 바치도록 하고 있다. 어떤 분은 머릿고기를 바치고 어떤 분은 꼬리를 바치며 대개는 자기 신앙 정도에 따라서 더 내기도 하고 덜 내기도 한다.


   작년엔, 사업에 실패한 젊은이가 찾아와서는 “신부님, 교무금을 다섯 배로 올리겠습니다” 하고 소리를 치기에 이놈이 환장했나 했더니 말인즉슨, 자기가 하느님께 인색해서 무슨 복을 받겠느냐면서 난 이제 확신하고 있으니 받을 복에 대해서 미리 감사하고 싶다고 했다. 참 별난 사람도 있어서 신부가 모처럼 소리내어 웃어 볼 때도 있다.


   신앙은 봉헌이다. 그것이 하느님 편에서는 축복이다. 축복과 봉헌은 한 가지 동일 행위의 양면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축복은 봉헌이 전제이며 봉헌은 축복이 뛰따른다. 따라서 신앙의 은혜를 알아야 진실한 신앙인이다.


   엊그제 어떤 새파란 놈이 찾아와서는 “신부님은 십일조 내십니까? 신부님들이 안 내시니까 신자들도 십일조 안 바칩니다”하고 언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네 놈 말 잘했다. 더 크게 소리치거라. 다른 신부님들도 다 듣게 한 번 더 외쳐보거라. 이 싸가지 없는 놈아!”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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