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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늘두더지 신부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0 조회수868 추천수8 반대(0) 신고

 

 

            

 

 

『내 영혼을 울린 이야기(Stories From My Heart)』 中
예수회 존 포웰(John Powell)신부님


 

내가 속해 있는 예수회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인간 유형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내가 여러분에게 전하려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어찌나 입이 걸고 심술쟁이였는지, 별명이 바늘두더지 신부였다.

 

 

나는 사제 서품을 받기 전에 그 신부와 함께 신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천만다행으로 3년간 한 번도 부딪치지 않고 안전 거리를 유지하며 지낼 수 있었다.

 

 

어느 날, 내가 생활하고 있던 건물로 그가 거처를 옮긴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당장 내려가 그를 환영하기로 결심했다. 현관문 앞에서 그를 맞으면서, 짐 가방을 방까지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럼 내가 직접 들고 갈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겠지. 그렇지?"
그가 빈정대는 말투로 대꾸했다.

 

 

나는 말없이 그의 짐 가방을 집어 들고 그 건물에서 가장 넓은 방으로 그를 안내했다.(그 건물은 1895년경에 지어졌다.)

 

 

"이 망할 곳은 분명 보나마나 외풍이 심할테지."
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솜씨 좋은 목수 아저씨가 계시니,
원하신다면 창틀의 틈새를 빈틈없이 메워주실 겁니다."

 

 

그가 말했다.
"여기서는 혹시 새벽 5시 같은 말도 안되는 시각에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나는 최대한 편의를 봐주려고 애썼다.
"신부님은 휴식하러 이곳에 오셨으니 제가 오전 9시나 10시에 깨워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미사 복사도 제가 서겠습니다."

 

 

힘겹게 끙끙거리는 소리를 동의한다는 뜻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하기로 정했다.

 

 

다음 날 아침, 9시에서 10시 사이에 그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뭍으로 올라온 고래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착각했다. 그의 침대 곁으로 다가간 나는 마침내 첫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나는 고래등 위로 다정하게 몸을 기울여 아이에게 하듯이 말했다.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만약 눈빛과 표정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이 이야기를 쓰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그의 눈빛은 지독한 미움으로 번뜩였다.

 

 

그는 겨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앉더니, 양말과 신발을 혼자서 신기가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제3수련기는 어차피 영적 수련기였으므로, 나는 그에게 그 일을 대신해드리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어디까지나 생각으로만) '보나마나 자기 무릎을 본 지도 꽤 오래되었을 거야. 오, 너무나도 거대하도다.. 그대의 불룩한 배여!'

 

 

이럭저럭 그의 양말과 신발을 신켜주고 나서 그의 미사 복사까지 섰다. 매일 그가 내게 던지는 마지막 한마디는 "내일 같은 시간에 보세"였다. '맙소사!'

 

 

그리하여 그날의 일이 결국 나의 일과가 되어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그 넓은 방에서 3층에 있는 내 옆방으로 숙소를 옮겼다. 이유는 그가 보낼 편지들을 내가 대신 타이핑해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제3수련기가 끝나고 로마로 유학을 떠날 때가 되어, 바늘두더지 신부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갔다. 그는 부끄러워하는 빛도 없이 나를 끌어안고 울었다. 그 광경을 다른 예수회 신부들이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그것을 믿지 못할 테니까!

 

 

이제 그 신부는 천국에서 편안히 영원을 누리고 있다.-만약 "그 망할 곳에 외풍이 심하지만 않다면"말이다!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보물을 찾기 위한 탐색이다...!

 

        † 찬미 예수님,

 

 

수련기의 포웰 신부님께 스트레스를 주신 바늘두더지 신부님께서 그 체격과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포웰 신부님을 얼싸안고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우셨다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고 가슴 뭉클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저도 가끔 극적으로 이런 비슷한 경우를 겪은 적이 있답니다.*^^*

 

 

바늘두더지 신부님처럼 좀 괴팍스럽고 친밀감이 느껴지지 않는 심술쟁이님(*^^*)들이 우리 주위에 계시겠지만, 우리가 진정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얼마든지 그 사람의 내면 속에 깊이 숨겨진 선하고도 순수한 부분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마음 속에 공존해 있는 선과 악중에서, 악을 이끌어 내는 것보다 선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은, 바로 세상의 빛과 같은 역할이 아니련 지요.

 

 

어떠한 악인이라 하더라도 그 내면에 깊이 숨겨진 선하고도 순수한 마음을 알아보고 이끌어 내고 개발해 줄 수 있는 것은, 언변이나 지식.충고등이 아닌 가장 솔직하고도 따뜻한 "인간적인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인성을 취하신 예수님께서도 우리와 똑 같이 세 끼 식사하시고 주무시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지니셨으며, 배신과 유혹도 당하셨습니다. 우리 마음을 너무 잘 아시는 예수님께 부끄러운 마음을 보여드린다 해도 예수님은 포용해 주시니 전혀 수치스럽지 않습니다.*^^*

 

 

머리는 판단하려 들지만 마음은 끌어안아 줄 수 있지요. 오늘 혹, 바늘두더지 신부님(*^^*)을 만나시더라도 마음으로 끌어 안아주시는, 밝고 기쁜 "포♡옹의 하루" 되십시오. 샬롬...♬

 

 

주님께서는 하늘에서 살피시며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신다.
당신 머무시는 곳에서 굽어보신다.
땅에 사는 모든 이들을.
그들의 마음을 다 빚으시고
그들의 모든 행위를 헤아리시는 분이시다.
< 시편 33,13-15 >

 

          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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