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적절한 시간이 흐른 후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0 조회수661 추천수8 반대(0) 신고

6월 20일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마태5, 43-48)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44절)

 

오늘 강론 말씀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는 말은 듣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미움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는 일로, 남이 볼 때는 별것 아니것 같지만 나에게는 큰 상처가 되기도 하기에 참으로 어렵고 난감한 일입니다.

 

미움들을 살펴보면 어느 한 순간에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원인이 있었고, 지나간 세월속에서 오랜동안에 형성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마음을 없애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세월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회복이 됩니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게 해달라고 ...그 결과를 너무나 빨리 나타나게 해달라고 합니다. 우리가 용서하고 미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중에 기다릴 수 있어야겠습니다. 기도중에 우리가 사랑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에 의해 적절한 시간이 흐른후에, 그 시간속에서 용서할수도 사랑할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성지순례를 가서 힘들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서 적당한 핑게를 대고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고백성사를 보고, 보속으로 주신 마태오 복음 5장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려 하였으나 어려웠습니다.

 

새벽 2 시에 잠이 깨어, 다시 복음 말씀을 읽다가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이 귀절을 붙잡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처음 공항에서 출발할 때부터 언짢은 일이 생겼습니다. 한 자매가 출발하기 전에  "공동의 짐을 조금씩 나누어 쌓아서 각자에게 맡기자." 는 건설적인 제안을 해놓고, 막상 자기 몫을 주려 하자, 자기 가방에는 들어갈 곳이 없다고 거절하였습니다. 처음부터 마음이 상했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그냥 넘겼습니다.

 

그런데 여행도중에 그 자매가 일행들에게  제가 자기를 싫어하여 자기에게만 짐을 주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너무나 황당하여서 사실대로 말하였더니 그 말은 농담이었는데, 농담도 못 받아들이는 제가 문제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본전도 못찾은 것입니다.

 

아무튼 이외에도 그 자매가 한 말과 행동으로 점점 더 마음이 많이 상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속으로 삭히려다가 그전부터 평소에 오랫 동안 그 자매로부터 받은 상처로 부글부글 끓던 것이 터져나왔습니다.

 

여행중이라 몸과 마음이 힘들었기 때문에 제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인내하였더라면 좋았을 텐데...인내를 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부끄럽고 무참하고... 그래서 성지순례는 고통으로 얼룩진 순례가 되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정말 본전도 찾지 못한 것은 그 자매가 자기는 잘못한 것이 없고 다 제가 잘못했다고 하는 말에 "그렇다." 라고 한 것입니다. 이 말은 지금까지도 억울하긴 합니다. 제가 잘못한 부분을 사과하다보니까 엉겹결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 자매가 미안해 한 부분도 있었고 인정한 부분도 있었잖아...",  "하느님께서는 다 아실테니..." 하며 봉헌하자면서도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주님의 빛가운데서  더 치유받아야 할 부분이 있나 봅니다.

 

오늘복음 말씀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라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맞다. 공항에서 처음에 마음이 언짢았을 때, 이 기도를 간절히 하였더라면 그 자매와 부딪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자매를 위하여 화살기도를 해주며, 내가 사소한 미움에 사로잡히지 않았더라면 훨씬 여행이 수월하고 좋은 모습이었을텐데....

 

아침에 성체조배를 하면서 읽었던 구약의 말씀입니다. "사시나무 숲 윗쪽에서 발소리가 들리거든 나가서 싸워라. 그 소리는 이 하느님이 앞장서 나가는 소리다." (1역대기 14, 15)

 

 "맞다! 하느님께서 앞장서 나가시게 하였더라면, 걸려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 

 

지금은 그 자매에 대한 원망스러움도 많이 엷어졌습니다. 그 자매가 지난 성탄 때에는 성탄을 축하하는 문자도 보내 오고, 얼마전에도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시간이 약이 되었고, 주님을 믿는 이들이기에 서로의 약함을 받아들이고 서로에 대한 축복의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말을 굳이 안해도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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