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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월드컵 증후군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2 조회수912 추천수16 반대(0) 신고
6월 22일 연중 제 11주간 목요일-마태오 6장 7-15절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월드컵 증후군>


조문을 하기 위해 어느 영안실에 갔더니 다들 눈이 빨개져있었습니다. 애도와 추모의 열기가 대단하구나,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계속되는 심야 월드컵 축구 중계로 인한 후유증이었습니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그나마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태풍보다 강력한 월드컵 열기를 바라보면서 복음 선포, 하느님 나라 확장, 선교를 위한 분위기도 이렇게 조성되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팀이 동점골, 역전골을 터트릴 때, 환호하던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예수님께서 우리 앞에 나타나셨다면 과연 이 정도로 기뻐들 하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토고전이 열리던 날 운전을 하고 가다가 한 목회자의 기도를 듣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능력의 주님, 우리 태극전사들에게 당신의 성령과 힘을 보내시어, 내일 새벽에 있을 토고전사들과의 시합에서 기필코 승리하게 도와주시옵소서.”


우리 팀에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동안 지구 저쪽 편 토고에서는 어떻게 기도했을까요? 하느님의 머리가 엄청 복잡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위의 기도는 기도라고 하기보다 강요입니다. 기도라고 할 수가 없겠습니다. 하느님께 스트레스를 안겨드리는 억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계십니다.


고대 근동 지방의 이방인들 기도 습관이 자연스럽게 유다인들의 기도 안으로 스며들게 되었습니다. 그들 기도의 특징은 일단 길다는 것, 장황하다는 것, 수없이 많은 신들의 이름을 불러들인다는 것, 길길이 날뛴다는 것, 그래서 결국 억지를 부려 항복하게 만든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그릇된 기도 습관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크게 실망하시고 기도는 이렇게 바쳐야 한다며 기도의 모범을 제시하시는데, 그 모범은 바로 ‘주님의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 짧지만 그리스도 신앙인의 자세 전반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도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많은 교훈들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님의 기도를 묵상하면서 결국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라는 말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내 가족, 내 공동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 공동선, 보편 인류의 선익을 위해 기도하라는 말씀이구나, 라고 이해했습니다.


다가오는 스위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런 기도를 바치면 좋겠습니다.


“월드컵은 통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결국 한 하느님의 아들들임을 알게 해주시는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월드컵이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게 도와주시고, 이 대회를 통해 창출된 이익이 보다 나은 세상을 건설하는데 쓰여 지게 하십시오.


이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 앞으로 가야할 길이 창창한 젊은이들입니다. 부디 큰 부상을 입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이 대회를 통해 많은 젊은이들이 한 마음으로 일치하게 하시고, 형제애를 느끼게 하여 주시며,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쌓게 되는 계기가 되게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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