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강론 짧게 하시쇼!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3 조회수850 추천수10 반대(0) 신고

                       


 
  
                                       강론 짧게 하시쇼!



   주일 미사를 마치고 나오시던 할머니가 의미있게 내 손을 꼬옥 쥐면서 “신부님도 되지요?” 하시며, 이 더운 날에 미사드리고 강론하시는 일이 얼마나 고되냐는 인사말씀에 나도 그냥 “예, 좀 힘들어요” 하면서 대답을 드렸더니, 이 할머니 그것 보라는 듯이, “그렇게 강론을 짧게 하시쇼!” 하더니만 손을 한 번 더 크게 흔드시는 것이었다.


   강론을 잘하고픈 마음은 모든 신부님들이 다 갖고 있는 마음이요 소망이리라.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쉽게 되지를 않으니, 어느땐 일주일 내내 몸부림치며 준비를 했어도 그냥 헛소리를 하는 것처럼 느껴져 강론대에서 당황할 때도 많이 있다.


   한번은 어떤 노인이 “신부님의 강론은 하나도 안 졸려!” 하시기에 기분이 괜찮아진 내가 “오늘 어떤 말씀이 좋았나요?” 하고 물으니까, “나는 듣기만 했지 알지는 못해라우” 하시면서 바쁘게 돌아서는 것이었다.


   모든 강론이 어렵긴 해도 강론을 준비할 때의 그 은혜로운 어떤 기쁨 같은 것은 준비해 보신 분들은 다 체험하는 사실이다. 하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한 주일 내내 몸부림치며 고생을 하는 그 열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이나 그 내용이 감동을 주지 못했을 땐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싶은 강한 충동마저 느끼게 된다.


   어떤 보좌 신부님의 얘기다.

   신부님이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까 할머니가 반갑다고 붙들고는, “우리 보좌 신부님이 제일 이쁘다” 면서 칭찬을 하시더란다. 그래서 어디가 그렇게 이쁘냐고 할머니게 여쭤 보았더니 “강론이 짧아서 좋아!” 하시면서 귀엽다는 표정을 지으셨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어린이, 노인 모두에게 귀가 펑 뚫리도록 시원스럽고도 감동적인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해 줄 수 있을가? 강론을 하다 보면 쉽고도 쉬운 주님의 말씀을 더 어렵고 까다롭게 변화시켜서 전하려고 하니, 하는 사람이나 듣는사람 모두가 피곤하고 답답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노력을 해서 안될 일은 없을테지만 어쩌면 신부 자신의 소견이나 신앙이 앞뒤로 콱 막혀 있기 때문에 신자들이 답답해 하고 짜증스러워 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주여, 내 입을 열어 주소서!


   주여, 신자들의 귀도 열어 주소서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