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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7>예수님, 언제까지 허둥대야 합니까?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02 조회수692 추천수4 반대(0) 신고
                                     

   

 

                                예수님, 언제까지 허둥대야 합니까?


   어려서 복사할 때의 일이다.


   평일 새벽 미시가 6시에 있었는데 어느 날 새벽에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6시 5분 전이었다.   큰일이었다.

   후다닥 일어나서 세수도 안하고 성당에 번개같이 뛰어 갔으나 미사는 벌서 끝났고 성당문은 꽁꽁 잠겨져 있었다. 사제관도 굳게 닫혀진 채 불이 꺼져 있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꼴 좋다!”

   뒤에서 어머니가 뭐라고 한 말씀 하시는 것 같아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굉장히 무거웠다. “너 이제 큰일났다”

형이 또 뭐라고 빈정거릴 것 같아 자존심도 상했다. 그리고 늦잠 잔 자신이 참으로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이윽고 대문에 들어섰을 때의 일이다.

   “새벽부터 어다 갔다 오느냐?”

   어머니가 방에서 나오시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시는데, 대답할 염치가 없었다. 그래서 조그맣게 말했다.

   “복사하러 성당에 갔더니 미사가 벌서 끝났어요”

   그리고 나는 “꼴 좋다!”라는 어머니의 다음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천만 뜻밖이었다.

   “시계를 다시 보거라”

   나는 잔뜩 겁먹은 얼굴로 방에 들어가서 시계를보니 어찌된 일인지 5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5시 10분인데요!”

   대답을 하면서도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계속 시계가 이상하다는 생각만 들었지 정신이 퍼뜩 들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내가 너무 일찍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미사가 끝났다고 성당문을 잠근 적이 없었는데 그날따라 이상하다 했던 사실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어쨌거나 다시 성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천안에서 살 때의 일로서 6.25 직후의 일이었다.


   수도원에 있을 때도 비슷한 소동이 한 번 있었다. 새벽 6시 반 미사인데, 착각하여 4시 반에 일어나서 늦은 줄 알고 3층에서부터 마룻바닥을 굴러대며 뛰어 내려 왔더니 성당에도 식당에도 사람이 없었다. 현관문은 굳게 잠겨져 있어 누구 나간 사람은 없는듯 한데 이상하다 했더니, 새벽잠에 깜짝 놀란 외국수사님들이 잠옷바람으로 모두 나와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 미사에 늦는 꿈을 꾸곤 한다. 새벽 3시나 4시에 눈을 떳다가는 한숨 더 잘 수 있다고 맘놓고 다시 드러눕는 때는 미사에 늦어서 허둥대는 꿈을 꾸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미사 시간에 20분이나 늦었는데도 수녀님들은 ‘나 몰라라’하며 인터폰도 안 해준 것이 굉장히 서운 했는데 눈을 뜨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예수님, 제나이도 이제 오십입니다. 언제까지 허둥대야 합니까?”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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