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30) 발 이야기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2 조회수771 추천수5 반대(0) 신고

 

오래 전에 (아름다운 손)이라는 제목으로 이 묵상방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진정한 아름다운 손이란 섬섬옥수처럼 고운 손이 아니라 옹이가 지고 거칠어도 열심히 일한 손이며, 최선을 다 한 손이며, 옳은 일을 위해 헌신한 손이라고....

 

얼마 전 동창회에 갔을 때, 아짐씨들이 손자랑을 하고 있었다.

모두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손등에 주름도 지고 가사에 종사하느라 거칠어진 손들인데, 내 손만은 유독 환자처럼 하얗고 야위어 있었다.

유난히 손이 붉은 친구 두 명이 있길래 혈색이 좋다고 건강해 보인다고 혈액순환이 잘되나 보다고 했더니, 대뜸 "얘,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래. 물일을 너무 해서 그런거야. 난 여름이나 겨울이나 장갑 안끼고 막 한다. 넌 꼭 장갑 끼고 하지?" 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머쓱해져서 말문이 막혔다.

사실이 그랬다.

일을 열심히 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설거지를 할 때도 꼭 고무장갑을 끼고 손을 아끼니 내 손은 게으름의 증거였다.

 

언젠가 방송에서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유명한 발레리나를 소개하는 프로가 있었다.

그 무용가는 몸매의 선도 참 아름답고 얼굴도 분위기가 느껴지는 미인이었는데, 그녀의 발이 크로즈업 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춤을 추는 여인의 발이 너무 흉하게 변형되어 있는 걸 보고서였다. 마치 관목의 어지러운 뿌리같기도 했고, 발가락들은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것이 사람의 발인가 싶을 정도였다.

너무 많은 연습을 해서 그렇다고 했다.

 

얼마전에는 다른 발레리나의 발이 게시판에 올랐는데 유럽의 그녀보다는 조금 덜 했지만 그래도 많이 변형되어 있었다. 

발가락 매디매디가 똥글똥글하게 불그러져 있고  발톱은 무좀에 걸린듯 더깽이가 져 있고 변색되고 심하게 발모양이 변형되어 있는 걸 보면서 얼마나 피나는 연습을 하면 발이 저렇게까지 변할까 싶어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발이 그 지경까지 되려면 얼마나 피나는 고통과 시간이 함께 했을까 생각하니 숭고함 마저 느껴졌다.

 

춤추는 그 여인의 몸매와 날씬한 다리는 백조처럼 아름다웠다.

그런데 발은 그토록 흉하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사람들은, 그렇게 보이는 아름다움과 보이지 않는 곳의 흉함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인가!

 

난 가끔 내 발이 참 하얗고 예쁘다는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얼굴 예쁘다는 말은 못 들어봤어도 손발 예쁘다는 말은 참 많이 들어봤다.

그런데 중요한 건 얼굴이다.

사람들은 상대를 볼 때, 얼굴부터 먼저 보지 손발을 보지는 않는다.

더욱이 발같은 건 드러내지 않고 다니므로 눈에 띄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어쨌건 얼굴부터 잘생기고 봐야 한다.

그래도 흉한 것 보다는 보기좋은 것이 나으니 나쁠 것은 없다.

나혼자 내 발을 보며 스스로 나르시즘에 빠질  수 있으니.... 그러다가 가끔은 식구들에게 이렇게 이쁜 발 봤냐고? 이 나이에 요렇게 이쁘고 깨끗한 발 봤냐고, 처녀 발보다 더 이쁘지 않냐고, 강요도 하면서 흐흐흐......

 

그런데 그들 발레리나의 발을 보고서는 자신의 발이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운동도 하지않아 많이 걷지도 않고, 누구 벌어 먹이려 생활전선으로 뛰어다닌 적도 없고, 힘들게 봉사하러 눈코 뜰 새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뛴 적도 없으니  원형 고대로 보존되어 있는 나의 발은 신발에 갇혀 있은 적이 별로 없는 몹시도 편하게만 살아온 세월의 증거였다. 

그러므로 내 발은 조금도 자랑할 것이 없는 나태함 그 자체였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그 속에 근면과 노력과 열정과 최선을 다함이 녹아 있으면 겉모습과는 상관없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그 발레리나들의  발의 혹사는 자신의 예술적 성취를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피나는 연습으로 예술혼을 불살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쨋거나 그들은 아름다운  춤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황홀하게 하지 않는가.

내 하얀 발은 혼자만의 즐거움만 줄 뿐 아무런 의미 부여가 없는 미(美)일 뿐이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내 하얀 발을 들여다보며 "참 깨끗하기도 하지!" 라고 자찬한다.

발만 깨끗하면 뭘 하나? 마음이 깨끗해야지! (헉)

 

발만 예쁘면 뭘 하나? 얼굴이 예뻐야지!

얼굴만 예쁘면 뭘 하나? 마음이 고와야지!

 

하면서도 여전히 그런 치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얼굴엔 여전히 콜드 크림을 너대기로 쳐서 맛사지를 한다.

나이가 먹었어도 여자이기 때문일까!

그래도 한 곳 쯤은 예쁜 구석이 있어야지 얼굴도 안 예쁜데 아무리 보이지 않는 곳의 발이지만 그마저 밉다면 너무 속상하지 않겠는가. ㅎㅎㅎ

인간은 그렇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쯤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택없는 억지를 부려본다.

 

하느님!

발이라도 예쁘게 해 주셨으니 감사하옵니다.

하느님은 참으로 공평하시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