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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고향으로 열린 창 . . . . . . . . [정채봉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2 조회수686 추천수5 반대(0) 신고

 

 

 

      사람의 집에는 창이 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의 집에는 밖을 향한 창이 있었다.

   어쩌다 우리는 흘러간 시대의 움막을

   외딴 산 속이나 해변에서 대할 때가 있다.

 

   간신히,

   그저 단촐한 식구가 비바람 피해서 살 수 있는 그러한 의지처.

   흙으로 이겨 바른 벽과 갈대를 엮어 인 지붕.

   이제는 사람이 떠난 지 오래인 그러한 집에도 어김없이 창이

   방의 동편이나 남쪽 벽에 의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비록 투명한 유리가 아닌 창호지나 비료 푸대 종이로 발라져 있는 창이긴

   하지만 우리는 그 영창에 어린 가족들의 기쁨과 슬픔, 걱정과 안도,

   희망과 좌절을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창이 희부옇게 밝아오면 아침 힘줄이 돋아났고,

   창에 달빛이 젖어들면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큰 바람, 작은 바람, 지나가는 소리를 그 창으로부터 들었을 것이고

   가뭄 끝에 기다리던 빗방울 소리도 그 창으로부터 맞아들였을 것이다.

 

   우리는 어린 날 감기가 들거나 혹은 밖에 나가면 안 될 일이 생겼을 적에

   하이얀 창호지 창에 손가락 구멍을 내놓고 내다보던

   그날의 바깥 풍경을 잊지 못한다.

 

   거기에 눈을 대고 보던 하늘과 땅과 나무와 새.

   거기로 바라본 별과의 대화가 후일에 시가 되었고

   거기에서 달과 한 약속이 장래를 결정하기도 했었다.

 

   창이란 곧 몸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

   영혼이 들고 나는 문인 것이다.

 

 

 

 

 

      일찍이 시인 지훈은 창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창 앞에 앉아서 초승에서 그믐까지 지는 달을

      빠짐없이 보는 사람은

      때로 감정의 원시림에 

      의지의 도끼날이 얼마나 무딘가를 깨달을 것이요,

      또한 창 앞에 앉아

      먼산 위로 떠올랐다가 이내 끝없이 흘러가는

      흰구름을  바라보는 이는

      그 푸른 하늘에서 나서 자라고, 

      마침내 돌아갈 고향을 찾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현대인들은 창을 상실한지 오래이다.

 

   어느 건물에고 창은 나날이 늘어 가고 있지만 일상에 바쁜 우리곁 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것 또한 창이다.

   창은 창의 장식 의무로 거기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교회가 하늘을 향한 이 땅의 창처럼 날로 늘어가고 있지만

   허식이 아닌 진실한 그리스도의 형제 자매는 얼마나 되는가.

 

   우리 몸의 창 또한 곤혹하기는 마찬가지이리라.

   달리는 차들,

   몰려 다니는 사람들,

   이래도 보아 주지 않을 테냐고 욱박지르듯 덤벼드는 광고물들.

 

   한밤중 당신의 눈을 안으로 떠서 당신의 마음과 한번 대화를 시켜보라.

   눈은 이렇게 하소연할 것이다.

 

   " 주인님,

     저는 정말 당신을 만나서 너무도 못 볼 것을 많이 보고 삽니다.

 

     음탕한 활자들,

     뻔뻔스러운 놀이들,

     그리고 끊임없는 텔레비전...

 

     6일이 지나면 바꿔 주던 풍경인 성모상과 십자고상도 

     지난 주에는 보여 주시지 않았습니다.

     대신 먼지가 뿌연 운동장으로 데리고 나가서 

     정신없이 공만을 쫓아다니게 하였었지요.

 

     주인님, 

     부디 저한테 살아 있는 아름다운 것을 대하게 해주십시오.

     그것이 당신 영혼의 영양제임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나는 '예수님의 사진기' 라는 동화를 쓴 적이 있다.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찍는다는 것으로

   그 사진기는 우리들의 사진기와는 달리

   사람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찍어낸다고 하였다.

 

   생각해 보라.

   그 사진기에 찍혀져 나올 우리들의 마음 속 풍경을.

   어떤 사람은 감투가 찍혀져 나올 것이고,

   어떤사람은 돈 (거의가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또 어떤사람은 여자가 (그 반대편도 있겠지........ ),

 

   심지어 아이들 한테서도 자가용이며 컴퓨터가 찍혀져 나오는데..

   단 한사람 앉은뱅이 소녀한테서 성모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이

   찍혀 나왔다는 것으로 이 동화는 끝을 맺었다.

 

   이제는 우리들 집의,  마음의 창을 회복할 때이다.

   하늘과 별과 바람의 동무들을 만나게 해주는 저 창!

 

   시인 지훈이 말한 것처럼

   '푸른 하늘에서 나서 자라고 마침내 돌아갈 고향을 찾을 수도 있으리' 니

 

   창이야말로 영혼의 통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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