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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카메라 소동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5 조회수891 추천수13 반대(0) 신고

                 

 

                           카메라 소동


   언젠가 카메라를 하나 샀다가는 큰 곤욕을 치른 일이 있다. 어떤 물건이나 기계는 아무나 갖는 것이 아니었다.


   시골 본당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곤란한 일이 생기는데 그 중의 하나가 사진 찍는 일이었다. 세례나 견진예식 등이 있을때 기념사진을 찍어 줘야 하는데 가까운 사진관은 10 킬로 이상의 거리인 나주나 송정에 있고. 또 그것 말고도 자잘하게 사진 찍을 일이 자주 생기게 되어 마을에 내려가 카메라를 빌리다 보니 한두 번도 아니어서 미안스럽기가 그지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오지게 먹고 중고를 하나 샀는데, 이놈의 것이 내 손에 들어오변서부터는 사람 미칠 일이 자꾸만 생겼다.


   우선 카메라를 둘 곳이 없었다. 이불 속에 감춰 놓자니 그것도 성가시고, 옷장에다 놓자니 더더욱 마음이 안 놓이고, 천정을 뚫고 그 위에다 놓으려고도 했지만 역시 종일 신통한 방법은 아니었다. 이처럼 카메라 보관 문제로 하루 종일 궁리를 했으나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미사 때였다. 미사 처음부터 사제관에 놓고 온 카메라 때문에 분심이 들기 시작하더니 미사 끝날 때까지 오로지 카메라가 유일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나중엔 잠을 잘 때 밖에서 바람소리라도 날 양이면 도둑이 들어와 내 카메라 가져가는 줄 알고 한 번 깨고 나면 다시 잠들지를 못하고 카메라 있는 쪽만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그것뿐만도 아니었다. ‘신부님이 카메라 사셨다’ 는 소문이 나 누가 찾아와 구경 좀 하자고 하면 귀찮기도 하지만 혹 렌즈에 흠집이라도 낼 것만 같아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었으며, 빌려 달라고 할 때는 카메라의 안부 때문에 넋을 잃은 채 안절부절 정신을 못 차리니 사람 환장할 일이었다.


   며칠을 그렇게 악몽 속에서 시달리다가 카메라를  그냥 다른 사람에게 주어 버렸다. 돈 20만 원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상처받은 일을 생각히면 몽둥이로 두들겨패서 잔뜩 찌그러뜨린 다음에 쓰레기통에 쑤셔넣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다.


   드디어 카메라가 내 손에서 떠나게 되자 나는 그대 비로소 자유가 어떤 것인지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무소유(無所有)의 행복이 이것이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그 홀가분하고 평화로운 마음은 결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값진 것이었다.


   처음 신부 될 때의 결심은 가난한 신부가 되는 것이었지만, 살다가 보면 필요 없는 군더더기 같은 것들이 늘어나기도 한다. 신도 이것저것 합치면 네 켤레나 되고 모자도 세 개나 된다.


   그러나 그건 고사하고라도 그 돼먹지 못한 성질은 무슨 보물단지라고 남 주질 못하고 꽁무니에 늘 달고 다니는지, 내가 생각해도 내 인생이 답답하고 한심스러울 때가 많다.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소록도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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