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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탈리타 쿰 (talitha kum!)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5 조회수1,233 추천수4 반대(0) 신고
                         

                   “확고한 믿음으로 주님께 나아가자”

 

     탈리타 쿰 ('talitha kum!'/ '사랑하는 아이야, 일어나라'!)


   미사를 마치고 나오면 가끔 할머님들께서 조심스럽게 다가오십니다. 그리고 애절한 표정으로 내손을 잡으시고 “신부님, 제가 많이 아파요…”하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할머니의 머리에 정성을 다해 안수기도를 해드립니다. 안수 기도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온 정성을 다해 손을 모으시고 안수를 받으십니다. 사제에게 안수를 청하는 할머니의 마음에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겠지요.


   본당에 부임해서 어린이 미사를 드리는데 영성체 시간이 되자 복사들이 바구니 하나씩을 들고 내 옆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첫영성체를 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나오자 복사들이 사탕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사탕을 받은 아이들은 자리로 돌아가서 사탕을 입에 물고 즐거워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뿔싸… 저 아이들은 성체를 사탕으로 알고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 다음 주일부터는 첫영성체를 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안수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첫영성체를 하지 않은 아이들을 나오게 해서 정성껏 안수를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고개를 쳐들고 복사들 손만 쳐다보다가 사탕 대신 주는 안수기도가 맘에 안들었는지 안수하고 있는 내손을 얼른 빠져 나와 자리로 들어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매주일 더욱 정성을 다해 안수를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안수기도를 받는 자세가 진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고개를 흔들며 안수하는 내 손을 빠져나가던 아이들이 두 손을 모으고 진지하게 안수를 받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성당에 오면 먼저 달려와 내 손을 자기 머리에 얹으며 안수를 청합니다. 철부지 아이지만 예수님께 다가가는 마음에 사탕보다도 축복을 바라는 마음이 자리 잡아 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복음에서는 간절한 소망과 굳은 믿음을 가지고 예수님께 다가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회당장 야이로는 병들어 죽어가는 딸을 위하여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주님께 청합니다.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 아이가 병이 나아 다시 살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은 아이를 치유하러 나서십니다. 많은 군중들이 예수님 주위에 몰려들고 그분을 따르며 밀쳐댑니다. 그들은 대부분 예수님을 구경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야이로처럼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예수님께 다가온 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12년 동안 하혈병을 앓는 여인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예수님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고 다가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야이로는 자신의 딸을 죽을 병으로 부터 구하기 위해 회당장이라는 자신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이목을 상관하지 않고 과감하게 예수님께 다가와 은총을 청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예수님만이 자신을 온전히 치유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으로 밀쳐대는 구경꾼들을 뚫고 들어가 예수님을 만졌습니다.


   예수님을 둘러싸고 밀쳐대고 있는 군중들은 예수님에게서 어떤 능력이 나오는지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단지 구경꾼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예수님께 나아가는 사람과 호기심으로 예수님께 몰려든 사람은 서로 다릅니다. 믿음을 가지고 당신께 나온 사람에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능력을 드러내 보이시고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안심하고 가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참된 믿음은 그 자체로 은총을 받는 그릇이 되는 것입니다. 야이로와 하혈병을 앓는 여인은 둘 다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 예수님 앞에 진솔하고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의 자세입니다. 겸허한 마음과 분명한 확신에서 우러나오는 태도입니다. 믿음이란 주님께 나아가는 일입니다.


   이들처럼 진심으로 예수님을 신뢰하며 그분 앞에 나아가 겸손하게 자신의 한계를 고백하며 은총을 청할 때에 주님으로부터 오는 영적 힘이 우리 안에 차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미사에 참례하러 오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준비 없이 의무감 때문에 미사에 참례하러 오는 사람들은 성당 뒷자리에 앉아 주보나 뒤적거리다가 미사가 끝나기 무섭게 성당 문을 빠져 나가 버립니다.


   공동체가 하는 일에도 관심이 없고 그저 주일미사 의무만 채우면 된다는 태도입니다. 그들은  복음에 나오는 군중들처럼 예수님을 구경하러 왔을 뿐 예수님께 간절히 청할 것도, 그분에게서 바랄 것도 없습니다. 예수님 주위에서 밀쳐대지만 그들에게는 예수님의 은총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입니다.


   정성껏 미사에 참례하며 성체 앞에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영성체로써 주님과의 일치를 체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님의 손길이 자신에게 머무르고 있음을 믿고 그 힘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확고한 믿음으로 당신께 다가온 사람들에게 당신의 손을 내미시며 그들을 일으켜 세워주십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삶에 지쳐 당신께 다가와 은총을 청하는 우리의 손을 잡아 일으키십니다. ‘탈리타 쿰!

http://my.catholic.or.kr/vegabond


                   - 김영수 헨리코 신부 (전주교구  용머리본당 주임 )

 

       

 

 

                                      

                                                                  Mendelssohn
                                              Song Without Words in D Major, Op.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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