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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통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 (26) / 고통을 회피했을 때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02 조회수700 추천수7 반대(0) 신고

고통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 (26)

 

이미 지난번 "광야에선" 강의를 하면서 제가 십자가 얘기를 좀 했었습니다. 누구든지 나의 뒤를 따라오려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안고 따라오지 않으면 안된다. 제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십자가를 안고 온다는 것이 바로 우리가 고통을 안고 간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제가 "십자가를 안고 간다." 는 말이 그리스 말로 "바스타지엔" 으로 지고 간다는 표현이 아니라  "안고 간다" 는 표현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그랬는데요, 이것에 대해서 정신 의학자 트루니가 이렇게 얘기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는 자신의 십자가를 단순히 지고 가라는 종교가 아니다. 오히려 기쁘게 안고 가라고 가르치는 종교다. 우리 그리스도교는 단순히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라고만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운명에 대해서 그것이 아무리 힘들고 가슴 아픈 일이라 하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가슴에 품으면서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종교이다."

 

이런 얘기를 그 정신 의학자 트루니가 하고 있습니다.

 

충만된 생활은 충만된 고통이 바탕이 됩니다. 사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이게 생의 실존이기 때분에 어쩔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고통을 , 우리 생에 풍파가 밀리면서 고통이 왔을 때, 바로 그 때 부터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피해서는 안 됩니다.

 

만일 우리가 피하게 되면 우리는 그 고통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생의 많은 의미들을 다 잃어버리게 됩니다.

 

우리 생에 있어서 참으로 그 고통으로 인해서 우리에게 와야 될 많은 좋은 것들을 다 버리게 됩니다. 그러기 때문에 충만된 고통을 맛보는 준비가 돼야겠습니다.

 

나아가서 만약 우리가 우리 앞에 닥쳐온 고통, 생의 풍파를 인내하면서 안아주기를 거부한다면 때로는 영생조차도 우리는 잃어버릴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 죽어서 하느님 품에 가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싶어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영생조차도 우리는 잃어버릴지 모릅니다. 

 

 "왜?" 좀전에 얘기했지요,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나의 뒤를 따라오면서 자신의 십자가를 안고 따라오지 않으면 안 된다." 고 하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중에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우화지만 지금 이 맥락안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십자가를 지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주위를 들러보니까 같이 가는 모든 사람들이 다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면거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십자가가 무겁고 힘들었죠. 너무 힘들어서 그가 예수님께 가서 청했습니다.

 

 "예수님, 이 십자가가 저한테는 너무 벅차니까 조금만 잘라 주십시요." 예수님께서 기꺼운 마음으로 그 사람의 십자가를 좀 잘라주었지요. 그리고 나서 보니까 좀 한결 가벼워졌어요.

 

그래서 이제 또 좀 힘을 내서 가지고 가고 있는데, 또 시간이 지나니까 힘이 들어요. 버겁구요. 그래서 도저히 못 갈 것 같아요. 그래서 또 예수님께 가서 "예수님 한번만 더 잘라 주십시요." 예수님께서 아무 말씀 안 하시고 또 잘라 주었지요.

 

 "이제야말로 내 열심히 걸어가리라." 하지만 또 시간이 지나니까 참 무거워요.

"삼세 번이다. 삼세 번." 우리 한국인들은 삼세 번이니까...그래서 한 번 더 갔습니다.

 

 "예수님, 삼세 번입니다.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는 짧게 좀 잘라 주십시오. 그러면 이제 제가 더이상 안 청해도 될것입니다."

 

 "그래, 잘라주마."

 

그래서 잘라 주었는데 얼마나 짧게 잘라 주었는지 이제는 십자가를 지고 가느게 아니라 이렇게 돌리면서 가면 됩니다. 자기 십자가를 손가락에 끼고 뱅뱅 돌리면서 옆을 보니까 미련한 놈들이 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십자가를 지고 있어요.

 

그래서 속으로 "지들이 무슨 성인이라고, 천국가면 다 성인인데...나처럼 이렇게하지." 하면서 뺑뺑 돌리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절벽이 나타났습니다.

 

그 절벽에는 다리가 없어요. 모두가 다 자기 십자가를 다리 삼아서 건너가야 됩니다. 큰일 났어요. 그래도 자기 십자가를 어떻게 해보니까 "핑" 하고 절벽 밑으로 떨어졌어요.

 

큰일 났지요. 그런데 이미 예수님과 다른 사람들은 다 건너갔어요.

 

 "예수님, 예수님, 제발 살려주십시요!" 하는데 메아리쳐오는 것은 그렇게 "예수님, 예수님...." 하는 자신의 절망적인 목소리 뿐이었어요.

 

우리가 내 삶에 온 고통을 회피하면서 피했을 때, 우리는 영원한 생명조차도 어쩌면 회피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송봉모 신부님의 영성강좌 테잎>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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