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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5 > 미안한 얘기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04 조회수1,076 추천수14 반대(0) 신고

 
                           미안한 얘기



   미안한 애기 좀 해보려 한다.

   언젠가 시내 모 본당의 사목회 간부들과 점심을 함께 한 일이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자유롭게 나누는 중에 어떤 형제가 불쑥 “신부님, 거 믿으나 안 믿으나 착하게만 살면 천당 가는 것 아닙니까?” 하고 묻는 것이었다.


   사람 참 두 번 미칠 일이었다. 예비자도 아니요 사목회 부회장이라는 자가 ‘얼척없는’ 질문을 해대니까 그들 앞에 앉은 신부의 체면도 꼴이 아니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좌중을 둘러보며 질문을 던졌더니 “우리도 뭐가 뭔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하면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알면서도 모른다는 것인지, 정말 몰라서 모른다는 것인지 웃고 있는 얼굴들이 영 나를 비웃는 듯했다.


   어떤 본당에 피정지도를 갔다가 마지막 미사를 바치는데 그날 미사의 독서자는 사목회장이었다. 그런데 이분이 독서대에 올라가서 한참을 꿈지럭거리더니만 “골로에 의한 독서” 하고 비로소 입을 여는 것이었다. 그러자 뒤에 앉은 수녀님들이 부끄럽고 무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들이었다. 그 회장님은 ‘골로사이서’라는 성서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배워도 한참 배워야 할 임원들이 많이 있다. 도시에선 대개 세례받은 지 얼마 안돼도 사회적인 신분이 괜찮다 싶으면 임원의 중책을 맡기가 일쑤인데, 이들은 또 직함이 가진 무거움 때문에 교리를 등한히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꾸 이런 얘기만 해서 미안하다.

   지난 부활 때 세례식을 준비하면서 예비자들에게 ‘빠스카’에 대한 의미를 강하게 심어 준 적이 있다. 그때 예비자 한 사람이 어떤 임원을 찾아가서 “빠스카가 뭔지 아느냐?” 하고 물었더니, 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땅 이름이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었다. “알아야 면장 한다”는 말이 있다. 5.16혁명 뒤에 어중이 떠중이들을 각 기관장에 앉히는데 ‘장’자리에 오른 그들의 꼴과 능력들이 하도 가관이기에 나온 말이었다.


   미사가 뭔지도 모르고 성당에 나오는 신자들이 많으며 성서 한번 읽어 보지 못하고 사목회 임원 노릇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게 다 누굴 탓할 일이 아니요 신부 자신들이 문제이긴 하지만, 자기가 모르면서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니 더욱 한심한 것이다.


   개신교 신자들이 두꺼운 성경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예배 보는 모습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간혹 그들과 신앙의 대화를 나눌 때 대개는 우리 쪽 신자들이 밑천이 모자라 쩔쩔매는 꼴을 만나게 된다. 뭘 알면 자신이 있어서 신바람이 날 텐데, 모르니까 비겁하게 꼬리를 감추면서도 부끄러운 줄은 모르며 더 배우려는 열심히 없는 것이다.


   며칠 전에 어떤 사무장을 만났는데, “목사님과 신부님을 쌈 붙이면 누가 이길까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머저리 같은 질문“이라고 뭐라 한마디했지만, 나도 뒤가 구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http://my.catholic.or.kr/vegabond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소록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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