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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복음묵상] 이계인씨를 생각하며...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04 조회수837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6년 8월 4일 금요일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 


 

  예수님께서 고향에 가시어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셨다.

그러자 그들은 놀라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런 지혜와 기적의 힘을 얻었을까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마태오 13,54-55)

 

 Jesus came to his native place

and taught the people in their synagogue.
They were astonished and said,
“Where did this man get such wisdom and mighty deeds?
Is he not the carpenter’s son?

 

 

 

 예수님께서 고향 사람들에게서 외면당하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예언자들이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하였던 사실을 확인시킵니다. “예언자는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

 

 어린 시절 함께했던 친구가 성공했어도 고향 친구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어릴 때 자신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했거나, 오히려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겼는데 더 훌륭하게 된 것을 인정하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자존심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아무리 가까이 지내는 친구라도 그의 숨은 능력을 잘 볼 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판단한 까닭에 그 친구의 진면목을 보지 못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재능을 지니고, 또 어떤 능력은 어려서는 잘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능력과 성공을 인정하는 자세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요?

 

 

 

  

                           이계인씨를 생각하며...


   이계인씨라는 연기자를 아십니까?

   주로 사극에 자주 등장합니다. 어떤 때는 늠름한 장수로.. 어떤 때는 머슴으로... 요즘 인기 있는‘주몽’이란 드라마에서는 대장간 주인으로 등장하여 연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이계인이란 분은 어떤 연기자입니까? 모든 연기자가 다 그렇지만,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분입니다. 등장하는 드라마를 볼 때 마다, 그런 역할과 연기는 이계인씨가 아니면 조금은 어색할 정도로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진정, 약방의 감초 같은 분입니다.


   주몽에서 이런 장면을 보았습니다.

   왕이 대장간을 방문하여 이계인씨에게 묻습니다.

 ‘무기 만드는 것은 차질이 없는가?’

 ‘네, 폐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수고가 많다. 앞으로도 계속 수고해 주기 바란다.’ 라는 말에,

   입술을 꽉 깨물고 얼굴을 빨갛게 상기시키며,

 ‘네 폐하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그 대사 장면을 보며 ‘참 이계인씨는 대단한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네’ 라고 대답해도 될 것을... 자신이 그 옛날 부여의 대장간 주인이라도 된 듯이,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이... 진정 구수했습니다. 보는 이들에게 기쁨을 줍니다.


   여기서 잠깐, 만약에 이계인씨가 대장간 주인이 아니라, 다른 역할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왕의 역할이라면... 주인공인 주몽역할이었다면... 이 생각을 하자 잠시 강론을 준비하는 멈추고 퍼져버린 웃음보를 진정시켜야 했습니다.


   만약 왕의 역할이었다면, 그 왕은 필시 폭군이었을 것입니다. 주몽이었다면 주몽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이나, 잠시 스쳐지나가는 사람의 이름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계인씨도 평생을 연기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훌륭한 연기자요, 많은 펜을 확보한 사람이다. 그런데 왜, 이계인씨는 왕이나 주몽 같은 역할을 하면 안 되는가?’


   이유는, 우리가 이계인씨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기하는 모습이며... 방송에서의 이미지를 보고 그렇게 평가해 버리는 것입니다. 너무 잘 안다는 것은 때로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판단을 하게 합니다. 순수한 마음과 시선이 아니라, 자신이 한 그 판단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게 합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고향에 가서 가르치시는 장면이 소개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동네 사람들은 그러한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는 놀랍니다. 놀라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은 예수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동네요, 함께 살아가며 예수님의 자라는 모습을 쭉 지켜보았습니다.


   예수님의 목수의 아들입니다.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목수일이나 그와 비슷한 일을 해야지 다른 일을 하면 좀 어색합니다. 특히,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일을 하지 않기에 놀라는 것이고, 그 놀라움은 못마땅함으로 바뀌게 됩니다.


   예수님에 대해 잘 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고 받아들임에 있어 걸림돌이 되어 버립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예수님의 동네 사람들은 달라진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어떠한 시기, 질투가 생겨나는 지도 모릅니다.


   그저 평범한 목수로 살아가려니 했는데, 제자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선생이 된 모습이 조금은 어이없기 느끼지는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잘 안다는 것이 진정 참되고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게 하는 경우를 복음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서도... 우리 주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동네 사람들처럼 조금 알고 있는 것을 마치, 전부다 알고 있는 양, 생각하며 스스로 걸려 넘어지지 맙시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습니다. 차라리 몰랐을 때가 더 순수하고 더 열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이계인씨가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이 아니라,

주몽 같은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될 때, ‘아니, 어떻게 이계인씨가 저런 역할을... 주인공을 할 수 있는가?’ 라며 못마땅해 하지 말고, ‘진작 할 역할을 이제야 하는구나...’는 마음으로 격려해 줍시다. 아멘.

 


                       - 이 찬홍 야고보 신부 ( 제주교구 중앙성당 보좌 )

 

                       
                            Chanson de Matin, O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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