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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나신 것이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05 조회수574 추천수1 반대(0) 신고

안녕하세요.

오늘 복음 장면은 처절합니다. 헤로데는 세례자 요한을 죽인 것에 평소 죄책감을 지니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예수가 살아 돌아온 세례자 요한이라는 소문이 돌자 바로 " 내가 목을 벤 요한, 이 이가 일으켜진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복음서 본문에 의하면 헤로데는 자기가 지은 죄가 있었기에 처음부터 요한을 죽이기 보다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러자 헤로디아와 그 딸이 음모하여 요한을 참수하라고 종용합니다. 헤로데는 괴로웠지만 제 체면을 살리기 위해 두려워 했던 인물 요한을 참수하고 맙니다. 이렇게해서 세례자 요한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습니다. 요한이 살아서 펼쳤던 그의 세례 운동은 더 큰 하느님의 뜻으로 변화되어 새로운 성령의 시대로 건너가게 됩니다. 그의 죽음은 허무하게 끝장나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읽은 책에서 "생명을 손상하여 활인하는 스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한 일본인 사제가 참선 체험한 후에 예수님의 말씀을 더욱 깊게 깨닫게 됐다는 책 내용입니다. - 선과 성서, 분도, 가도와끼 가끼찌, 김윤주,1985 -

 

  "구지수지(竪指)" 공안을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원래 선 공안(禪 公案)을 설명하는 것은 안되지만 저자는 어느 정도까지 밝혀 주셨습니다.

 

  구지 스님이 대중에게 설법을 하실 때나 제자들의 선 질문에 답하실 적마다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려 보이셨습니다. 그것으로 묘법을 전해주고 전해받았습니다. 어느날 구지 스님이 출타 중에 한 사람이 와서 스님을 수행하던 동자에게 " 스님께서는 어떤 법요를 설하던고" 하고 물었습니다. 동자는 스님의 흉내를 내어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였습니다.

 

  후에 구지 스님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즉시 동자를 불렀습니다. 일의 자초지종을 듣고는 동자가 손가락 하나를 들었을 때 예리한 칼로 그 손가락을 싹둑 잘라 버렸습니다. 동자는 아픔을 못이겨 울부짖으며 달아납니다. 그 때였습니다. 구지 스님은 동자를 불러 세웠습니다. 동자가 뒤돌아보자 스님은 손가락을 들어 보였습니다. 그 순간 동자는 홀연히 깨쳤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살펴볼 데가 몇가지 있습니다.

구지 스님은 어째서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는 행동으로 선의 깊은 뜻을 보이셨을까요?

그런 단순한 행동으로도 깨우친 제자들은 무엇을 보았기에 깨달음을 얻었을까요?

왜 동자의 흉내는 참된 가르침이 못되어 손가락을 잘리는 아픔을 맛 보아야 했나요?

구지 스님의 斷指 행동은 어떤 뜻이기에 그렇게도 단호했나요?

그런 아픔에 처한 동자를 부르시고 또 다시 손가락을 들어 올리시는 구지 스님의 말씀은 무슨 의미인가요?

동자가 홀연히 깨달았다는데 무엇을 깨달았나요?

 

궁구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한가지 철저하게 체득한 삶의 모습이라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거짓됨이 없는 진실의 모습입니다.

 

  헤로데의 행동은 모두 거짓된 삶이었습니다. 뉘우침이 전혀없는 즉흥적 행동 뿐이었습니다. 양심을 따르지 않는 표리부동한 모습은 언제나 더 큰 죄로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에게 최상의 칭호를 붙여 주십니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중에서 요한 세례자보다 더 큰 자는 일으켜지지 않았습니다." ( Mt 11,11. Lu 7,28 )

예수께서 세례자 요한을 칭찬하신 이유는 아마도 그 자신의 말과 행동이 철저하게 일치된 삶을 산 것에 대한 칭찬일 것입니다. 겸손과 회개를 선포하면서 그도 그러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 복음서 곳곳에 나타납니다. 그랬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나아가 세례를 받았고,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도 세례를 받았을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죽고 예수님의 소문이 온 나라에 퍼졌을 때, 예수님의 놀라운 행적은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야 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죽은 요한이 다시 살았다고 소문이 돌았습니다.

 

  놀라운 일을 기적으로만 보는 눈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시고자 하는 하느님의 일을 제대로 읽어 낼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엉뚱한 소리만 하게 됩니다. 또 다른 기적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표징을 보여주시길 거절하십니다. 이미 알아들을 수 있는 눈을 지닌 사람은 알아들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의 제자인 우리들도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몸의 언어를 바로 보는 눈을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당신 몸을 잘라 내신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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