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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51)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 임문철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05 조회수615 추천수2 반대(0) 신고

 

 

8월 첫째주 연중 제18주일 주님 거룩한 변모축일

"그때에 구름이 일어 그들을 덮더니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마르 9,2-10)

 

 

제주도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대구의 선목소신학교에 입학한 나는 밤이면 화려하게 빛나는 대도시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지금 저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얼마나 많은 죄악이 저질러지고 있을까?' 를 생각했다.

 

그 어린 나이에 야경을 신기해하며 즐기기는커녕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알지도 못하는 죄를 먼저 생각하며 탄식하다니.........

 

신학생들은 세속의 죄악에 물들기 전에 꺼내어져서

하느님께 바칠 순결한 희생제물이 되도록 뽑힌 사람들이었다.

커서 무엇이 될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또래들에 비해

뚜렷한 삶의 의미와 목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부심이 크면 클수록 흠 없는 거룩한 희생제물이 되기 위해

온갖 덕을 쌓고, 나 자신을 철저히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하는

의무와 목표에 늘 미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끝없는 후회와 죄의식 속에서 지내야만 했다.

 

나는 늘 회칠한 무덤과 같이 겉은 번지르 하나 속에는 구더기가 가득한 위선자였고,

육체의 욕망에 굴복당하는 나약한 의지의 소유자였으며,

보이는 형제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는 거짓말쟁이였다.

 

지금의 나 또한 어쩌다 신자들의 칭찬을 들으면 함께 기뻐하지 못하고

은근히 이 사람이 나의 참모습을 알면 실망할까 두려워지는,

여전히 나의 이상적 사제상과는 거리가 먼 사제일 뿐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대하려 애쓰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서는 늘 이렇게 냉혹하게 평가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렇지 않다.

나는 하느님의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그 많은 인류 중에 나와 똑같은 사람 하나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없는 나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닌가?

하느님께서는 지금도 당신 외아드님을 다시 내어주시어

십자가에 못박으실 만큼 나를 사랑하고 계시지 않은가?

 

비엔나의 성녀 카타리나는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은 마치 이 세상에 나만 존재하듯이 나를 사랑하신다.

 또 하느님은 마치 나를 사랑하는 것 말고는 더 할 일이

 없으신 것처럼 나를 사랑하신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가 이런 저런 이상적인 모습을 구현하길 원하신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만족시키는 우리의 이상일 뿐이다.

하느님의 뜻은 살아있는 사람에 있다.

 

'이래야 훌륭한 사람' 이라는 화석화된 틀에 끼워 맞춰진 사람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뛰어난 부분과 부족한 부분,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함께 아우르면서

저마다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는 그 얼굴이 바로 하느님의 영광이다.

이제 예수님의 해와 같이 빛나는 얼굴은 타볼산이 아니라

나의 얼굴에서, 이웃의 얼굴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ㅡ글쓴이 : 제주 중앙주교좌성당 : 임문철 주임신부님ㅡ

                      <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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